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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본격적인 농사는 지금부터...


2023년 5월 20일 토요일

음력 癸卯年 사월 초하룻날


뻐꾸기가 

뻐꾹뻐꾹 우는 소리에 잠을 깼다.

아직도 날이 밝으려면 한참 더 남았는데...

새벽부터 우는 뻐꾸기 울음 소리는 촌부더러 

"빨리 일어나 일하지 않고 뭐하냐?"는 듯했다.

선잠을 깨긴 했지만 더 이상 잠이 오지않았다.

기왕 잠을 깬 김에 바깥에 나갔으나 으스름하고

안개까지 자욱하게 끼어 사방 분간이 안된다.

약간 서늘하긴 했지만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

다시 한 자릿수 영상 8도, 다행히 서리는 내리지

않고 대신 이슬이 내려 촉촉한 느낌이라서 좋다.

이제는 서리가 내리면 절대로 안되는 것이다.

어제 밭에 모종심기를 거의 다 했기 때문이다.


촌부의 산골살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마운 사람,

바로 텃밭농사의 멘토 마을 아우이다.

어제 오후 그 아우가 전화를 했다.

"형! 집에 있소? 고추모종 갖고 올라갈께!"

"오케이~ 고맙네. 이따가 보세!"

고추모종 4판과 롱그린과 꽈리고추 모종을

조금씩 가지고 올라왔다. 아우는 벌써 오전에

꽈리고추 1,000주 혼자서 밭에 내다 심었단다.

우리가 심을 고추가 8판이라고 했더니 하는 말,

"그 정도라면 형 혼자서 해도 되겠구만! 

형수님까지 불러 일을 시키지말고 혼자 하라니!"

"우린 환상의 복식조라서 손발이 척척 잘 맞아!

내가 만년초보라서 어쩔 수가 없는기라!"

이렇게 고마운 아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외출했던 둘째네, 일을 나갔던 아내까지 귀가했다.


산골가족들이 다 모였으니

드디어 본격적인 농사 모드에 돌입하기로 했다.

작업 전에 마을 아우의 모종심기 시범이 있었다.

23년 세월동안 텃밭농사를 지어오는 촌부이기에 

나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농사 초보라고 할 수

있는 둘째네, 이서방을 위한 강의라고나 할까?

그동안 촌부가 했던 방법과 거의 흡사했지만 전문

농부의 방식은 약간 다른점이 있는 것 같아 한 수

배웠다. 촌부가 하는 방식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멘토인 마을 아우의 방식을 따르기로 했다.


산골가족의 모종심기는 역할분담을 하기로 했다.

먼저 멀칭비닐이 씌워진 이랑에 구멍을 뚫는 일은

촌부, 모종을 모종판에서 꺼내 천공기에 넣어주는

일은 아내, 이서방은 모종이 하나씩 들어가 있는

구멍에 물을 듬뿍 주는 일을 하기로 했다. 구멍을

뚫고 모종을 다 넣은 다음 모종삽으로 흙을 덮어

주고 살짝 눌러주는 모종심기는 아내가 주로 하고

촌부도 도왔다. 지난해까지는 아내와 둘이 했는데

둘째네의 컴백으로 손이 더 늘어나 한결 수월하고

일도 빨리 끝날 수 있어 너무나 좋다. 뿐만아니라

텃밭농사이지만 농사에 크게 관여를 하지 않았던

처제까지 나와 일손을 보탰다. 컴백과 함께 올해는

자그마한 텃밭을 일궈 둘이서 농사 실습을 겸하여

손님들이 체험을 할 수 있게 준비를 하였고 둘이서

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조언만 하기로 하고...


전문적인 농부님들이 보기에는 우스운 수준이긴

하지만 우리에겐 꽤나 많은 양, 힘든 작업이었다.

우리 산골가족의 텃밭농사 주종목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은 고추재배이다. 고추를 길러 세 가족이

자급자족을 하는 것이 우리의 텃밭농사 목표이다.

그 세 번째 해가 올해인데 지난 2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약 600주를 심어야 잘 익은 붉은 고추를

수확하여 말리고 빻아 넉넉하게 고춧가루를 나눌

수 있었다. 그래서 올해도 일반고추를 72구 8판

576주를 심었다. 청양고추, 꽈리고추, 아삭이와

롱그린 고추를 조금씩 심었다. 고추 종류를 모두

합치면 600주가 훨씬 넘는다.


그리고 옥수수도 지난해보다 훨씬 더 많이 심었다.

밭 가장자리 이랑과 밭가에 약 120주를 심었다.

촌부를 제외한 우리 산골가족들이 꽤나 좋아하여 

이또한 자급자족을 해볼 생각이다. 잘 먹지도 않는

촌부가 무슨 옥수수 모종을 이렇게나 많이 사와서

심느라 고생을 시키느냐는 아내의 투정섞인 말에

"내 묵을라꼬 그런 거 아이고 당신이나 식구들이

좋아하니까 그런기제, 이 사람아! 내사 옥수수를

잘 안 묵은께 안 심어도 되는기라! 그마 심지말까?"

라고 했더니 "아따~ 이 양반아! 하도 힘들어 그런

근데 뭘 그걸 가지고 큰소리야! 삐짔는가베?"라고

하여 빙그레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돌아서서

옥수수 모종을 심었다. 이제 다음 장에 나가 노각,

고구마 모종을 사다 심고 줄콩 씨앗 파종을 하면

모두 끝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좋은 풍작을

이루었으면 하는 기대와 함께 욕심을 부려본다.Picsart_23-05-20_03-41-44-436.jpgPicsart_23-05-20_03-36-01-080.jpgPicsart_23-05-20_03-29-20-150.jpgPicsart_23-05-20_03-25-24-774.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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