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비가 온다고 날궂이 하냐?
2023년 5월 5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삼월 열엿샛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
올봄 들어 가장 높은 아침 기온,
영상 15도까지 쭈욱 올라갔다.
이른 아침으로 내리던 서리는
내리는 봄비에 쫓겨난 것일까?
이대로 그냥 이어졌으면 싶은데...
언제부터 비가 내린 것일까?
잠에서 깬 아침에는 내리지 않아
아침 산책으로 단지를 한바퀴 돌았다.
문득 눈에 번쩍하고 들어온 것이 있었다.
도리지밭 한가운데 할미꽃 한 무더기,
블루베리밭에는 작은 할미꽃 새싹이...
녀석들을 옮겨심어야 하겠구나 싶었다.
모종삽과 괭이에 삽까지 들고나가 팠다.
큰 것은 무더기째, 작은 것은 하니하나...
그런데 어디로 옮겨심을까 많이 망설였다.
밭에 있으면 어차피 캐내 없어질 것이라
자주 볼 수 있는 앞마당으로 옮기기로 했다.
그 전에 앞마당 여기저기 흩어져 돋아난
금꿩의 다리 자그만 새끼들을 한 곳에 옮겼다.
그냥 두면 밟아 없어지게 되는 것이 아까워...
그렇게 금꿩의 다리 새끼들은 옮겨심고
할미꽃 식구들의 새보금자리를 만드는데
멈췄던 비가 갑작스레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기왕 시작한 것이니까 비를 맞으며
할미꽃 식구들을 모두 다 심어갈 무렵에
아내가 나와서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할마시 하는 말,
"비오는 날 날궂이 하냐? 비맞으며 할 짓이야!"
식전 댓바람부터 뒤지게 혼쭐이 나버렸다.
대꾸없이 그래도 심던 할미꽃을 다 심고나서
비맞은 중처럼 투덜거리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젠장~ 꽃을 좋아하는 것도 죄냐?"라고...
이른 아침 잠시잠깐의 헤프닝은 접어두고...
비가 내려서 그런지 온갖 꽃들이 피어난다.
이 봄날에 눈이 호사를 누리는 촌부이다.
하트 모양의 오묘한 꽃이 피는 금낭화
한 마리의 새가 날개짓을 하는 듯하고
세 가지에 세 잎씩 잎이 돋는 삼지구엽초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하얀꽃 돌단풍
잎파리의 모양이 마치 박쥐를 닮은 박쥐나물
하얀꽃 토종 흰민들레와 노란꽃의 서양민들레
그 외에도 수많은 야생화와 나무에 피는 꽃들이
봄비가 내리는 오늘 산골의 정취를 더하고 있다.
이렇게 꽃을 좋아해 비를 맞으며 꽃을 심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