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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자연이 주는 고마운 선물


2023년 5월 4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삼월 열닷새 보름날


어제와는 달리 그다지 차갑지 않은 아침을 맞는다.

기온이 어제보다 조금 올라가 영상 6도에 머문다.

거의 매일 지붕을 덮었던 서리도 내리지 않았다.

밤늦게 시작될 것이라는 비는 내일 하루종일 많이

내리고 모레까지 내릴 것이란 예보의 영향이라서

그런 것일까? 어찌되었거나 따스한 것이 좋다.


큰 농사는 아니지만 농사 지을 준비는 모두 마쳤다.

마을 아우의 밭갈이와 로타리치기에 이어 그저께는

식구들과 함께 멀칭비닐을 씌워놓았고, 어제 이른

아침부터 오전내내 밭가에 쳐놓은 그물망 보수를

하고 지난 늦가을 걷어놓은 밭입구 그물망을 다시

쳐놓았다. 몇 해 전부터 쳤다걷었다를 반복했었던

그물망을 밭주위에 쳐놓고 트렉터가 드나드는 곳,

밭입구 두 군데만 걷었다가 밭갈이가 끝나면 다시

쳐놓았다가 늦가을 이 두 곳만 걷어놓게 되어 아주

편하다. 이번에는 낡은 것을 보수하고 수영장쪽의

밭을 넓히는 바람에 그물망을 신규로 설치를 했다.

그냥 놔두어도 다른 야생동물은 들어올 수 없지만

길냥이 녀석들이 수영장을 통해 밭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였다. 모든 준비는 마쳤으나

아직은 모종을 옮겨심을 시기가 아니라서 서리가

완전히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 열흘 이상은

더 기다려야 되겠지 싶다.


어제 오후 3시경인가, 이따금씩 산에 같이 다니는

마을 아우가 올라와 이서방과 함께 셋이서 커피를

마시다가 "형님! 오늘 운동을 못했는데 산에 다녀

오시죠? 두릅이 있는가 살펴보고 있으면 꺾고..."

라고 하여 "그냥 놀면 뭐하나? 잠시 다녀올까나?"

하며 둘이서 뒷산으로 올라갔다. 엊그제 무리하게

산행을 했었고 어제 멀칭비닐 덮느라 삽질을 하여

조금 힘들겠구나 했으나 산행을 시작하면 어디서

힘이 나는지 날다람쥐처럼 산 잘 타는 산꾼 아우와

보조를 맞출 정도가 된다. 며칠전에 이서방과 함께

올랐을 때 덜 핀 두릅이 있던 곳에 올라갔더니 아주

알맞게 피어 몇 송이를 꺾었다. 아우는 다른쪽으로

올라가 보겠다고 했고 혼자 지난 산행 때 봐두었던

두릅 군락지를 돌았다. 다행히 우리가 다녀간 이후

다른 사람이 올라오지 않았으니 우리 몫이 되었다.

띄엄띄엄, 드문드문 있는 군락지를 돌며 꺾었더니

제법 된다. 촌부 생각에 꼭 보낼 곳이 있어 그렇게

해야지 했는데 아내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

몇 해 전 홀연히 떠나버린 처남의 가족들이다. 혼자

아들 둘과 함께 사는 처남댁을 아내는 챙기고 있다.

별 것 아니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려는 아내의

마음이기에 처남댁도 조카들도 좋아할 것이다.


두릅을 제법 꺾어 산을 내려오는데 함께 올라갔던

마을 아우는 어디로 갔는지 기척이 없었다. 헤어진

곳에 있으면 오겠지 싶어 밭에 내려갔다. 어렵쇼!

빈밭에는 드문드문 더덕싹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 밭은 지난해 무우를 심었던 밭이고 그 전 해에

더덕을 캐낸 밭인데 어떻게 더덕이 있을까 싶었다.

일단 캐보자 싶었으나 도구가 없어 여기저기 살펴

봤더니 고추지지대 부러진 것이 보였다. 늘 산행을

할때는 손괭이를 가지고 다니는데 어제는 급하게

나서느라 챙기지 못했다. 자그마한 지지대를 갖고

땅을 팠더니 엄청 깊히 박힌 더덕 몇 뿌리를 캤다.

생각컨데 2년전에 들 캔 더덕이 땅속 깊숙히 묻혀

있다가 지금에서야 올라오는 모양이다. 더덕싹이

보여도 최소한 20~30cm 쯤은 파야 더덕을 캘 수

있었다. 지지대로 캔다는 것은 어림없는 짓이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집으로 오려는데 이서방이


마을 아우는 내려왔는데 걱정된다며 전화를 했다.

곧바로 집에 내려와 도라지삽을 챙겨 다시 그 밭에

올라갔다. 이서방과 함께 가려고 했는데 인천에서

오신 손님과 저녁약속이 있어 나가야 한다고 하여

혼자 올라간 것이다. 잠시 캤는데 엄청 큰 것부터

자잘한 것까지 다양한 크기의 더덕을 꽤 많이 캤다.

이번에는 날이 저무는데 무슨 욕심을 부리냐면서

아내가 전화를 했다.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아했다.

이서방에게 오늘 올라가 보라고 했다. 큰 것은 먹고

자그마한 것은 다시 심어 길러봐야겠다. 횡재다!

두릅이든 더덕이든 자연이 주는 고마운 선물이다.


또 하나가 더 있구나! 자연이 주는 고마운 선물이...

며칠전 땄던 버섯목에 또다시 버섯이 돋아나 제법

피어 꽤 많이 따와서 햇볕에 말려놓았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2~3일에 한번씩 꽤 여러번 땄다. 아직도

몇 번은 더 따게 되지않을까 싶다. 아내와 촌부는

버섯을 엄청 좋아한다. 이번 우리 표고버섯은 표고

중에서 상등품으로 친다는 백화고(白花菇) 품종인

것 같다. 버섯이 피면서 버섯갓의 색깔이 하얀색을

띄는 버섯을 백화고라고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종균을 사다놓은 것이 용케 좋은 품종이었나 싶다.

어찌되었거나 어젠 두릅, 더덕과 함께 백화고까지

자연이 주는 고마운 선물을 받은 흐뭇한 날이었다.Picsart_23-05-04_00-15-47-027.jpgPicsart_23-05-04_00-15-31-004.jpgPicsart_23-05-04_00-15-03-143.jpgPicsart_23-05-04_00-14-47-329.jpgPicsart_23-05-04_00-14-28-060.jpgPicsart_23-05-04_00-13-48-084.jpg

  • 허익범 2023.05.04 09:46

    용식이 턱수염도 더덕 수엽 같아유... 넉넉한 웃음이 보기 좋구려.  안분지족의 깊은 가르침을 주시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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