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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허탈하고 아쉬운 마음


2023년 4월 27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삼월 초여드렛날


세상에 이럴 수가...

오늘을 포함 나흘이 지나면

4월이 가고 5월이 다가올 텐데

이 무슨 산골의 아침 풍광인가?

알 수 없는 것이 자연변화라고 했던가?


영하 1도,

한새벽에는 더 떨어졌겠지?

장독뚜껑에 고인 물이 얼었다.

지붕에는 서리가 내려앉아 하얗다.

안개까지 자욱해 몽환적인 아침이다.


어제 이른 아침,

이서방과 함께 두릅 사냥을 나갔다.

23년을 오르내리던 뒷산 군락지,

그런데 그 많던 두릅나무가 없다.

고사를 한 것인지 전부 쓰러져서

땅바닥에 널부러진 나무들이 즐비했다.


꽤나 경사가 심한 산기슭 군락지,

안간힘을 쓰면서 두어 시간을 돌았다.

그래봐야 결국은 헛수고를 한 것이다.

가뭄에 콩 나듯이 아주 드문두문

겨우 몇 송이 꺾어 허탈한 마음으로

터벅터벅 걸으며 산을 내려와야만 했다.


23년 세월 해마다 이맘때

뒷산을 헤매면서 꺾어온 두릅을

우리가 먹을 만큼만 남겨두고

좋은 것만 골라 아우들과 지인들에게

맛이나 보라며 조금씩 나눠 보냈는데...

올해는 그 마저 그 나눔도 틀렸지 싶다.


두릅 사냥 실패로 허탈한 마음을

여저기기 예쁘고 앙증맞게 피고있는

야생화를 보면서 달래보려고 했다.

쪼그리고 앉아야만 잘 살필 수가 있는

얼래지, 현호색, 동의나물, 미치광이풀,

민둥뫼제비꽃, 풀솜대, 나도개감채 등등...


어제 늦은 오후,

모처럼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려

예전 잠시 일했던 경기도 이천에 다녀왔다.

혹시 술이라도 한잔하면 자고 오려고 했다.

허나 약속이 어긋나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순대국밥 한 그릇 말아먹고 돌아서야 했다.

돌아서는 마음이 어째 좀 아쉽기는 했지만

살다보면 세상사가 다 그런 것이지 하면서...


그러고보니 

어제는 허탈하고 아쉬운 마음이었구나!

두릅이 없어 허탈한 마음이었고

약속이 어긋나 아쉬운 마음이었으니...

욕심없이 모든 것 내려놓고 살자고 하면서

결국에는 또 욕심을 부리게 되는구나 싶다.


"야~ 이놈아!

 너는 68년 세월을 헛살았구나!

 아직도 일희일비하는 헛된 망상 뿐이니...

 내려놓을 것은 과감하게 다 내려놓고 

 조금은 더딜지라도 느리게 천천히 가거라!"

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질책했다.Picsart_23-04-27_07-15-05-702.jpgPicsart_23-04-27_07-06-49-404.jpgPicsart_23-04-27_07-02-47-90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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