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소소함으로 채운 하루
2023년 4월 26일 수요일
음력 癸卯年 삼월 초이렛날
4월 하순의 날씨가 참 이상스럽기도 하다.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연두색 새싹들이 올라오는
봄인가 하면, 아침으론 느닷없이 영하로 떨어지는
기온과 지붕을 하얗게 덮은 서리에 아직도 얄궂은
겨울이 심술궂은 긴 꼬리를 감추지 못했구나 싶다.
그런가 하면 어떤 날은 한낮에 봄을 제끼고 곧바로
여름인가 싶을 정도 기온인 영상 29도까지 치솟고,
어제와 같이 온종일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에는
촉촉한 봄비의 느낌이라기 보다는 쌀쌀함이 더하고
스산하기까지 하다. 날씨가 이렇게 변덕스러우니
어느 장단에 맞춰 농사준비를 해야 하는 것인지를
모를 정도로 헷갈리게 한다. 하늘의 뜻이니까 어쩔
도리가 없음이지만...
어제는 비도 부슬거리고 날씨도 스산하여 아무것도
할 생각을 아예 하지않았다. 흔히들 말하는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 이라서... 그렇다고 가만히, 얌전히
있을 성격이 못되는 촌부인지라 우산도 없이 그냥
바깥으로 나와서 여기도 기웃, 저기도 기웃하면서
돌아다녔다. 희안한 4월 하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앙상하던 나뭇가지에도 아주
연하디 연한 연두색 새잎이 돋아나고 있다. 아무리
날씨의 변덕이 심하다 하여도 계절의 변화는 어쩔
수 없이 자연의 이치에 따라가게 마련이구나 싶다.
본격적인 산골의 봄은 마라토너의 뜀박질이 아닌
100m 단거리 육상선수의 뜀박질과도 같은 속도로
넵다 내달리는 느낌이다. 자고나면 달라지고 있는
산골의 봄날 모습이라서...
단지를 둘러보다가 더덕 새순이 돋아나는 모습을
보고는 할일이 생겼구나 하면서 잔머리를 굴렸다.
장독대 앞에 미리 의도하고 심어놓은 더덕덩굴을
이용하여 포토존을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지난해
우연찮게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파고라
처럼 만들어 더덕덩굴이 타고 올라가게 해봤더니
그런대로 볼만했다. 이번에는 고추지지대와 휘어
지는 가느다란 텐트 살을 이용하여 만들어봤더니
이또한 그럴듯한 야외인테리어 조형물이 되었다.
한창 올라오는 더덕싹이 자라 덩굴이 나오면 감고
타고 올라가는 모습도 보게 되고 예쁜 꽃이 피어
초롱처럼 매달리게 되면 멋진 포토존이 되겠지?
이 조형물은 지난해 조카 딸내미가 포토존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라서 그대로의 표현을 해보았다.
흔히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을 하곤 한다.
비가 온 뒤에 여기저기 많이 솟아나는 죽순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이 한때에 여기저기 많이 생겨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오늘 이 촌부는
'우후버섯'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가 자급자족
할 만큼의 표고버섯을 키워보려고 버섯목 몇 대를
만들어 조금 습하고 그늘지는 곳에 두었다. 벌써
2년전이다. 올봄에는 버섯이 제법 많이 피고 있다.
몇 차례 내린 비를 맞고 쑥쑥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제 제법 땄는데 어제 가보니 그새 부쩍 자란 것이
있다. 비가 내려 따지않았다. 날씨가 좋으면 따려고
그냥 두었지만 어찌나 마음이 흐뭇한지 모르겠다.
비가 내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마을 아우가 와서
두릅을 꺾으러 가자고 하여 이서방과 함께 셋이서
이웃 골짜기를 다녀왔다. 올해 첫 손맛을 보기는
했지만 궂은 날씨라서 아쉽지만 다음날을 기약하고
내려왔다. 그래도 한두번 먹을 만큼 씩은 꺾었다.
본격적인 두릅 사냥은 오늘부터 시작을 할까 싶다.
어제는 처제 생일이라 안계시는 엄마 대신 아내가
아우를 위해 아침에 미역국을 끓이고 있는 반찬에
두어 가지를 더 만들어 조촐한 생일상을 차려줬다.
처제도, 이서방도 고맙다며 맛있게 잘 먹어 아내는
찬이 시원찮아 미안하다고 했으나 처제는 언니의
정성에 감격스럽다고 했다. 형부라고 생일선물도
마련을 못한 촌부는 미안한 마음에 생일날 한끼는
국수를 먹어야 한다면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고
했다. 엄마(장모님) 생전에 꽤 좋아하셔서 가끔씩
가던 해물칼국수집에 갔으나 하필이면 휴무라서
하는 수 없이 진부의 바우짬뽕에 가서 해물짬뽕을
먹고 나왔다.
나간 김에 잠시 쇼핑을 하고 오려는데 마을 이장이
이서방에게 전화를 하여 10여명의 손님을 모시고
카페에 오겠다고 하여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왔다.
와보니 모두 우리마을 아주머니들, 마을의 부녀회
회원들이었다. 오는 5월 8일 어버이날 경로잔치를
위한 사전 회의를 하기위해 모였다고... 둘째네가
컴백을 하여 카페 '날으는 구름섬' 운영을 시작했고
요즘 마을분들이 이따금씩 오시곤 한다. 신임 이장
부부와 다른 마을 아우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고맙다. 지금은 마을분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고
있지만 앞으로 홍보를 하여 평창을 넘어 전국에서
알아주는, 목공예 체험까지 할 수 있는 멋진 카페로
발전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꼭 그렇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둘째네 홧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