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못처럼 마실을 나갔더니...
2023년 4월 21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삼월 초이튿날
두 자릿수의 아침 기온은 어제 단 하루에 머물고
오늘은 또다시 한 자릿수, 영상 6도로 떨어졌다.
어제 내린 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쌀쌀하고
스산하기까지 하다. 실내도 조금 서늘한 것 같아
난롯불을 지폈다. 이내 훈훈한 열기에 따스하다.
4월도 하순으로 접어드는 시기, 이 봄날에 무슨
난롯불을 지피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난롯불 지피는 것이 겨울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서 추우면 언제라도 지핀다.
아침으로 추위가 물러나지 않고 지금껏 머물지만
이제 산골도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아직 이따금씩
내리는 심술궂은 서리 때문에 밭에 모종을 심을 수
없어 본격적인 농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그렇기는
하지만 온갖 새싹들이 돋아나고 군데군데 봄꽃이
피기 시작했다. 진달래는 이미 만개했고 뒷쪽의
막내네 목련도 활짝 피었다. 이미 지는 꽃잎들이
바닥에 떨어져 하얗다. 목련은 서러웠을 것이다.
주인이 없어 봐주지도 않는데 피고 지고 있으니...
내일은 영주에 가서 목련꽃 소식을 전해줘야겠다.
오래간만에 아랫쪽의 본동으로 마실을 다녀왔다.
우리 마을은 본동을 비롯해 우리가 사는 설다목과
골말, 직골이라 부르는 세 군데의 골짜기를 합해
한 마을을 이루고 있다. 걸어서 가기에는 꽤 멀어
자동차를 타고 가야 한다. 어제 오전 아내를 인근
장평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집으로 올라와봐야
이슬비가 부슬거려 일을 하기도 그렇고, 또 할 수도
없을 것 같았으며, 심심하기도 하여 심심풀이 삼아
잠시 들려 차나 한잔하고 올까 싶어 마을 아우네에
들렸더니 제수氏와 함께 앞마당에서 꽃밭을 손질
하고 있었다. 반갑게 맞이하여 기분이 정말 좋았다.
수년간 드나들면서 가장 관심있게 살펴보는 곳이
바로 아우네 앞마당의 정원이다.
야생화를 비롯한 온갖 꽃과 특이한 돌을 주워다가
장식을 해놓은 아우와 제수氏가 오랜 세월 만들어
놓은 작품(?)을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고, 참으로
흥미롭다. 아우네 정원에는 정말 특이하고 희귀한
야생화를 비롯하여 이런저런 예쁜 꽃들이 많아서
늘 부러운 마음으로 눈길을 뗄 수가 없을 정도이다.
몇 종류를 분양받아와 옮겨다 심기도 했다. 아우는
어느 정도 번식이 되어서 퍼진다 싶으면 캐내거나
분양을 한다. 이번에도 몇 종류는 너무 번진다면서
조만간 정리할 예정이라며 분양해 주겠다고 했다.
얼떨결에 마실 나갔다가 야생화를 얻게 되어 좋다.
이따금씩 마실을 나가면 예기치못한 소득이 있다.
생각하며 챙겨주려는 아우 부부가 너무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