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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부자가 된 느낌


2023년 4월 9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윤달 이월 열아흐렛날


"4월도 초순이 지나가는데 이게 뭐더래요?

 아무래도 날씨가 미쳤나봐?"

아침에 펼쳐진 산골의 모습을 보고 혼자 중얼거린

말이다. 영하 5도의 기온과 지붕에도, 땅바닥에도,

새싹들 까지도 하얗게 된서리를 뒤집어 쓰고 있다.

이제 막 야생초 새싹이 돋고, 앙상하던 나뭇가지에

움이 트기 시작하고, 진달래 꽃이 피고, 야생화들도

하나둘 서로 앞다투며 앙증맞은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런데 길어도 너무 긴 꼬리를 가진 산골의 겨울은

이렇게 심술을 부리고 있다. 이러니 이맘때 촌부는

'봄이 왔건만 봄같지 않음'이라는 뜻을 가진 옛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되는 것이다. 하여간 고약하고 대단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는 설다목 산골의 날씨이다.


그렇지만 이 산골에서 자생하는 야생초와 나무는

이런 고약한 기후조건을 꿋꿋하게 견뎌 이겨내는

것을 보면 대단함을 너머 위대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태초에 조물주는 이 모든 것을 다 계산하고

세상에 내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쪼그리고 앉아야만 자세히 볼 수가 있는 바람꽃,

제비꽃을 비롯한 야생초는 영하의 기온에 된서리를

맞은 아침에는 만지면 부러질 정도이다. 신기하게

햇살이 퍼지면서 서서히 제모습을 찾는다. 너무나

연약한 모습일지라도 나름의 끈질긴 생명력 과시를

하는 걸 보면 우리 인간들에게 그 어떤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제 촌부는 부자가 된 느낌에 흐뭇하고 뿌듯했다.

요즘 이서방이 야외 바베큐장의 데크를 해체하고

있다. 그동안 관리를 제대로 하지못한 촌부 때문에

이서방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를 하려다

워낙 많이 부식되고 손상이 심해 결국 해체하기로

했다. 바쁜 일도 거의 끝나 딱히 할 일도 마땅찮아

도와주려고 했으나 장비가 하나씩 뿐이라며 그냥

혼자 마무리할 테니 다른 일을 하라는 이서방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면 뭘 할까 망설이다가 문득 장작집에 조금

빈공간이 있는 것이 생각났다. 60여일간에 걸쳐서

나무작업을 마무리하고 장작집에 장작을 채웠는데

마지막 칸 맨 앞줄을 조금 덜 채운 것이다. 욕심이

났다. 기왕 채우던 것인데 비워놓는 것이 좀 그랬다.

쌓아놓은 장작은 지난해 베어 일년동안 잘 말랐다.

허나 올초에 베어낸 나무가 주차장 옆과 밭가에도

남아있고, 둘째네 옆쪽에서 베어낸 토막낸 나무도

장작집 옆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냥 두면 마르기는

하겠지만 겉이 썩을 것 같아서 정리하여 장작집에

쌓기로 했다. 굵은 통나무는 도끼로 쪼개 장작을

만들었다. 역시 자동차로 나르고 내리고 다 쌓았다.

희안하게 그 나무들로 인해 장작집을 다 채워졌다.


아흔 아홉 개 가진 부자가 하나를 더하여 백 개를

채우려고 욕심을 부린다고 한다더니 바로 촌부가

마치 그런 심보를 가지고 욕심을 부린 듯하여 혼자

웃었다. 보기에는 한줄씩 쌓은 것처럼 보이긴 해도

장작집을 다섯 칸으로 나눠 한칸에 석줄씩 쌓았다.

앞에서 보면 쌓아놓은 장작의 단면이 너무 예쁘게

보인다. 이것도 촌부의 행위예술이라고 하면 조금

과한 표현일까? 무슨 상관인가? 남이야 뭐라 하든

말든 내가 보기좋으면 그걸로 족하고 그만인 것을...

어찌되었거나 장작집을 다 치우고나니 부자가 된

느낌이라서 흐뭇하고 뿌듯하기도 하다.Picsart_23-04-09_07-07-54-843.jpgPicsart_23-04-09_07-05-10-509.jpgPicsart_23-04-09_07-04-47-819.jpgPicsart_23-04-09_07-04-27-79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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