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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우리는 '청바지 클럽' 이드래요!


2023년 4월 7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윤달 이월 열이렛날


사흘동안 내리던 봄비가 그쳤다.

예상보다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분명 이번 비는

뒤늦게 당도한 산골의 봄에 가속을 붙게 한 것이라

여겨진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산골의 모습은

틀림없이 사흘간 내린 비의 영향을 받은 것이 가장

큰 것 원인이다. 지금껏 경험한 바에 의하면 산골의

봄은 여느 고장에 비하여 특이하다. 올 때는 느림보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오는 대신에 진행속도는 물론

갈 때는 토끼처럼 쏜살같이 내달린다.


그렇다고 산골의 봄이 완전히 다가왔다고 볼 수는

없다. 5월 중순까지 이른 아침으로 서리가 내리기

때문이다. 올해는 여느해에 비해 조금 빠를 것 같은

예감은 들지만 이또한 확실한 건 아니다. 내일부터

또다시 이른 아침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서리가 내릴 것이라고 하니 하는 말이다.

마을에서는 거름을 뿌리고 밭갈이가 한창이긴 해도

감자를 제외한 다른 작물은 심을 수가 없다. 그래도

농사준비를 하느라 농부들의 분주한 모습들을 보면

산골에도 봄이 오긴 왔구나 싶다. 우리도 며칠전에

거름을 준비해 놓았다. 사흘간 내린 비로 인해 흙이

질퍽거려 물기가 빠진 다음 거름을 뿌리려고 한다.


둘째네가 카페 데크옆 자그마한 화단을 정리한 다음

국화를 심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거기에는 흰민들레,

부추가 야생초들과 함께 자라고 있어 너저분하기는

했다. 정리를 하게 되면 애써 기른 토종 흰민들레와

부추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만 했다.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우리집 앞마당 장독대 앞쪽의 자그마한

화단으로 옮기면 좋을 것 같았다. 때마침 이슬비가

내려서 옮겨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다지 많은

포기는 아니지만 옮겨 심고 보니 그런대로 화단을

가득 채웠다. 이제는 더 이상 옮기지 않게 제자리를

잡아준 것 같다. 꽃도 보고 이따금씩 잎도 따서 먹을

수가 있을 것이다. 


어제는 비가 내려 농사짓는 농부들은 하늘이 주는

쉬는 날이다. 마을 아우들이 워낙 우리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이런 날을 택하여 대접을 하기로

했다. 농한기에는 나무베기, 단지정리는 물론이고

농사철이 시작되면 트랙터를 몰고 올라와서 밭갈이,

로타리를 쳐주곤 한다. 이따금씩 마실을 가게 되면

맛있는 토속음식을 함께 먹기도 한다. 도움만 받고

베풀줄 모르면 되겠는가? 대접이래야 뭐 특별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읍내 식육점에 나가 고기 몇 근

끊어와서 바베큐 파티를 하는 것이 고작이긴 해도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그 자체가 좋은 것이다.

이서방은 도시에 살던 때에 선물받은 고급 양주를

한 병 내왔다. 발렌타인 21년산, 촌부들의 파티에는

조금 어색하고 과한 것 같지만 이런 때에 촌부들도

호사를 누려보는 것도 좋은 것 아니냐며 내놓았다.

그뿐만이 아니고 어제 주문진을 다녀오다가 잠시

들렸다는 조카가 고모부들 생각이 나서 홍가리비,

임연수를 사왔는데 홍가리비는 마을 아우들과 함께

구워먹기로 했다.


바베큐장에서 그릴에 숯불을 지피고 모닥불도 지펴

놓고 산골촌부들의 파티가 시작되었다. 다들 바쁜

와중에 비로 인해 한가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

되어 기쁘고 초대해준 우리에게 고마워했다. 별로

차린 것은 없지만 함께하는 만남이 좋아서 모두들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이서방이 준비한 발렌타인

21년산에 모두들 놀라움을 금치못하는 눈치였다.

고기와 가리비, 된장찌개에 밥까지 맛있게 먹었다.

2차는 카페로 옮겨 벽난로에 장작불을 지펴놓고

이서방이 커피를 내려주었으며 기타를 치며 공연을

하여 모두들 박수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술을 마셔도 우리들은 음주운전을 절대 하지

않는다. 한 아우가 술을 안마시기 때문이고 또 아우

한 사람은 제수氏가 데리러 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면 한동안 모임갖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도 이따금씩 만나긴 하겠지만...


"좋은 시간을 가진 우리는 '청바지 클럽' 이드래요."

우리들 다섯 명 평균 나이는 62.4세인데 

'청춘은 바로 지금' 이라고 부르짖는 

산골촌부들의 모임이다.Picsart_23-04-07_07-28-28-964.jpgPicsart_23-04-07_07-25-33-114.jpgPicsart_23-04-07_07-20-33-810.jpgPicsart_23-04-07_07-05-49-91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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