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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소소한 행복을 느낀 산골의 이른 봄날


2023년 4월 3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윤달 이월 열사흗날


아직까지 아침과 한낮의 일교차가 크기는 하지만

분명 설다목 산골에도 봄이 와서 자리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애쓰는 모습들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한다. 그도 그를 것이 이른 아침으로는 차디찬

영하의 기온에 서리까지 내리는 겨울의 끝자락이

심술을 부리지만 한낮으론 영상 20도를 넘나드는

따스하다 못해 더위까지 느껴지는 봄기운 사이에

끼인 두 계절의 공존이라서 야생초들은 자연에서

부여받은 강인한 생명력을 과시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 아침이면 추위에 얼었다가도

한낮의 햇볕에서 꽃을 피우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지금 시기에 피는 야생초 현호색, 처녀치마가 바로

그런 모습으로 촌부의 눈에 들어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른 봄이 되면 냉이와 함께 가장

먼저 만나는 봄나물, 달래와 명이나물(산마늘) 또한

경이로운 생명력의 신비로움을 보여주는 것 같다.

눈과 얼음으로 덮혀서 꽁꽁 언땅을 밀치고 헤집고

나오는 식물이 바로 명이나물이다. 그나마 올봄엔

날씨가 따뜻해 여느해 보다 수월하게 나왔겠지 싶다.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쑥쑥 자라는 것 같다. 아마

다음주에는 명이나물 맛을 보게 되지않을까 싶다.

달래가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너무 잘고 가늘어서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달래장을  만들어 밥에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봄기운을 팍팍 느낄 텐데...


사흘만에 장작을 옮기고 장작집에 쌓는 일을 다시

재개했다. 식구들이 말리기는 했지만 이틀을 쉬어

몸살 기운도 말끔히 가셔졌으며 코피가 나는 것도

멈춰서 정상 컨디션으로 회복되었다. 아내와 처제,

이서방까지 제발 무리하면 안된다는 당부에 코끝

찡한 사랑을 느꼈다. 그렇게 하겠노라고 다짐하고

일을 시작했다. 아랫쪽 모닝가든 옆에 잔뜩 쌓아둔

장작더미에서 자동차에 장작을 싣는 일은 다른일

하던 이서방이 내려와 도와주었다. 아무래도 아직

회복이 덜 되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형님 생각을

하는 아우가 너무 고맙다. 이젠 정말이지 쉬엄쉬엄

느릿느릿 일을 하기로 다짐을 해서 그런지 예전에

비해 작업속도는 느리고 작업량도 현저히 줄었다.

오후에 두어 시간 그렇게 두 번을 싣고와서 내리고

쌓았다. 장작집을 다 채우려면 최소한 열두어 번은

왔다가다 하며 싣고 나르고 내리고 쌓아야 될 같다.

SUV 승용차의 트렁크는 협소하여 한꺼번에 많이

적재할 수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도 그동안

시나브로 작업하여 장작집이 제법 채워져 가고있다.

얼마전 같았으면 부랴부랴 해치웠을 것이다. 허나

이젠 그렇게 서두르면서 급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고, 내일 못하면 모레 한다는

생각으로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할 생각이다.


어제는 오전부터 일을 시작하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안됐다. 식구들이 일을 못하게 하려고 했었는지

장날이라며 봉평에 나가 장을 본 다음 진부에 가서

해물짬뽕을 먹고 오자고 했다. 딱히 급할 것도 없는

일이라서 그러자고 하고 아내와 둘째네를 데리고

나가 장구경을 하고 진부로 넘어가 다이소에 들려

생필품 몇 종류를 구입하고 단골로 다니는 집에서

해물짬뽕을 맛있게 먹었다. 간만에 뜨끈뜨끈 하고

얼큰한 해물짬뽕을 먹어 기분전환이 된 것 같았다.

촌부를 배려하는 식구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녁에는 아내가 약재 백숙을

끓여주어 이서방과 함께 간만에 반주까지 곁들여

몸보신을 했다. 아내가 나무작업을 하느라 고생을

했고 한다면서 엄나무, 오가피, 벌나무, 산뽕나무,

황기, 대추, 마늘, 대파와 같은 온갖 약재를 넣고 푹

끓인 약재 백숙으로 보양식을 만들어 준 것이다.

다 끓여 놓고보니 깜빡 잊고 더덕을 캐주지 않아서

넣지 못하여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도 얼마나 맛이

좋은지 둘 다 국물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싹 비웠다.

닭고기를 즐기지 않는 자매는 처제가 큼지막하게

말아온 김밥으로 식사를 했다. 두 이서방이 잘 먹는

모습 그 자체가 너무나 보기가 좋다나 뭐라나? 

처제는 옆에서 맛있게 잘 먹는 이서방을 놀리느라

중얼거렸으나 너무 과묵한 이서방은 웃기만 할 뿐

백숙을 먹느라 대꾸도 하지않았다. 처제가 이서방

놀리던 말은 대충 이랬다.

"이서방! 장가 잘 들었지?"

"이런 妻兄이 어딨냐?"

"엄마가 안계시니 언니가 장모님 맞잡이라고..."

"하여간 언니가 해주는 건 뭐든 잘 먹는다니까!"

그래서 우리는 다 함께 웃었다. 

소소한 행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Picsart_23-04-03_01-48-07-098.jpgPicsart_23-04-03_01-47-57-171.jpgPicsart_23-04-03_01-47-43-610.jpgPicsart_23-04-03_01-47-35-403.jpgPicsart_23-04-03_01-47-05-1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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