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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식구들에게 많이 미안하네.


2023년 4월 1일 토요일

음력 癸卯年 윤달 이월 열하룻날


분주하게 움직이던 3월은 지나갔다.

4월이 왔다. 이번 달도 바쁘게 살아야겠지?

벌써 올해도 4분의 1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세월 빠르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요즘이다.

새로운 달을 맞이하느라 먼저 달력부터 넘겼다.

달력을 넘기는 손이 무거운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느꼈을까? 세월 흐름의 무게였을까? 


어젯밤에는 전날밤과는 달리 잠을 푹~ 잤다.

무거웠던 몸이 한결 가벼워 다행이구나 싶다.

코피를 쏟고나서 몸살 기운까지 겹쳐 힘들었다.

아내 등살에 못이겨 보건진료소에서 약을 지었다.

저녁에 그 약을 먹고 잠에 빠져 정신없이 잤더니

약발이 들었는지 이른 아침 가뿐하게 일어났다.


4월이 되었음에도 산골의 아침은 영하 3도이다.

지붕에는 서리가 내려 하얀 모습이 추워 보인다.

그렇지만 한낮에는 영상 20도까지 오르내린다.

이러니 일교차가 엄청 심한 산골의 요즘 날씨다.

이렇게 두 계절이 공존하는 춘래불사춘 시절이다.

그런데 올해는 농부들 농사준비가 이른 것 같다.

보건진료소에 가다보니 들녘은 바쁜 모습이었다.

우리도 이제 슬슬 농사준비를 해야겠구나 싶었다.


어젠 아무일도 하지않고 빈둥빈둥 하루를 보냈다.

식구들 걱정에 하루쯤 쉬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코피가 멈추지 않아 밤잠을 설쳐 몸이 꽤 무거웠고

설상가상 몸살 기운까지 겹쳐 반 녹초가 되었었다.

오전에도 자고 오후에도 자고 2시쯤에 일어났다.

맑은 바람도 쐬고 따스한 햇볕도 쐴겸 밖에 나갔다.

너무 히마리가 없어 카페앞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평창의료원에 볼일을 보러 가던 처제와 이서방이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안스럽게 보였던 모양이다.

처제가 아내에게 "초췌해 보이는 형부 모습이 너무

안돼 보여 울컥했어! 늘 활기 넘치는 모습인데..."

라고 하더란다. 함께 사는 식구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 것 같다. 아내는 물론 처제와 이서방에게 너무

미안하다. 양가의 맏이인 촌부는 집안의 우두머리

어른이다. 맏이로서 집안을 이끌고 나가야 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였으니 원...


저녁에 처제와 이서방이 촌부를 위해 보양식이라도

먹어야 기운을 낼 것 아니냐며 외식을 하자고 했다.

남정네들은 추어탕을 먹기로 하고, 추어탕 못 먹는

자매들은 다른집에 가서 해물칼국수를 먹고 왔다.

그 마음들이 너무나 고맙다. 함께 먹지는 못했지만

인근에서 그런대로 잘하는 추어탕과 해물칼국수를

하는 집이라서 맛있게 먹었고 자매들도 맛있게 잘

먹었단다. 


자매가 간 그 해물칼국수집은 엄마(장모님) 생전에

좋아하셨던 단골집으로 이따금씩 다닌 집인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엄마 안부를 물어 자매가 울컥했단다.

바지락 조개를 골라드리면 그렇게도 좋아하시며 잘

드셨는데 어찌 울컥하지 않았겠는가? 아주 가끔은

그 집 해물칼국수가 먹고 싶긴 했지만 엄마 생각이

날까봐 못갔던 것인데 하필 자매가 그 집에 갔던 것

같다. 엄마 생각이 났지만 엄마를 추억하는 시간이

되었고 맛있게 먹었으니 이또한 다행이기는 하다.


어찌되었거나 둘째네가 배려하여 추어탕을 먹어서

그런지 오늘 아침은 훌훌 털고 가뿐하게 일어났다.

이렇듯 가족의 배려, 가족의 사랑은 큰 힘이 된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오늘이다. 뿐만아니라 이제는

몸과 마음이 비례하지가 않는 나이임을 인식하고

일은 줄이면서 더 천천히, 더 느리게, 더 쉬엄쉬엄

일을 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다.Picsart_23-04-01_09-23-48-181.jpgPicsart_23-04-01_09-22-04-302.jpgPicsart_23-04-01_09-17-37-839.jpgPicsart_23-04-01_09-15-57-94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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