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와르르~ 무너진 장작들...
2023년 3월 30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윤달 이월 초아흐렛날
고향 남해에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만발하여 너무 멋지다고
고향 친구가 사진을 올려놓았다. 아마도 고향은
사계절 중에 지금이 화양연화(花樣年華) 시절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산골은 아직도 겨울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영하 4도의 기온에 하얗게 서리가
지붕을 덮고 있고 땅바닥은 서릿발이 서걱서걱...
그러고보면 우리나라가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기후차이가 많이 나니 하는 말이다.
이틀째 장작 옮기는 일을 했다.
아랫쪽 주차장에서 자동차 트렁크에 장작을 싣고
윗쪽 밭가의 장작집으로 올라와 차곡차곡 정성껏
쌓았다. 뭐 그렇게 힘든 일까지는 아니지만 장작을
하나하나 자동차에 옮겨 실어야 하고 또다시 내려
장작집에다 쌓아야 한다. 그러니 손이 꽤 많이 가는
일이다. 그런데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재밌고 좋은
마음으로 하고 있다. 쌓여가는 모습은 부자가 되어
가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트렁크에 실을 수가 있는
양이 제한적이라 여러번을 왔다갔다 해야하는 것이
좀 번거롭기는 하다. 그동안 나무를 꺼내고 자르고
쪼개는 일에 비하면 이 정도는 일도 아니다.
그렇게 아홉 번을 나르고 두 줄로 쌓아서 맨왼쪽의
장작집을 모두 채워놓았다. 그런데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원인은 이내 알가 수 있었다. 한두 번 겪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올해는 나름 머리를 굴려가며
쌓았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는가 보다. 약간 경사진
곳이라서 아랫쪽에 버팀목을 놓아 경사를 없앴다고
생각했는데 또다른 원인이 있었던 것 같다. 좁다란
장작집이라면 괜찮겠지만 조금 기다랗고 넓은 곳에
두세 줄로 쌓다보니 무게 중심을 못이기고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뿐만아니라 우리가 쓰는 난로는
넓고 깊은 은 것이 아니라서 일반적으로 쓰는 장작
보다도 짧게 토막을 내고 쪼갠 것이라서 쌓았을 때
안정감이 없는 것 또한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지금껏 머리 나쁘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각까지 짧아지는 모양이다.
어찌되었거나 무너진 장작을 새로 대충 쌓아놓고
다른 칸은 가로와 세로를 번갈가며 안정감이 있게
쌓고 있다. 아주 간단한 원리 하나도 모른채 그냥
쌓는 재미에 빠져 무너질 것을 예상 못한 어리석은
촌부였다. 식구들 보기가 민망하여 얼굴이 붉어져
혼자 속으로 "이 바보 멍충아! 우째 그렇게 했노?"
라며 자책을 하고 말았다. 장작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아 골라가며 가로, 세로로 쌓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또다시 무너지는 우(愚)를 범하지는 말아야
하겠기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천천히 쌓아보려고
한다. 오늘 하루도 장작하고 놀아야겠다. 이런 날이
얼마나 걸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