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이제부터는 나르고 쌓기를...
2023년 3월 29일 수요일
음력 癸卯年 윤달 이월 초여드렛날
우리 산골 가족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으로 이상한 고장에서 산다.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른 3월인데 겨울의 늪에서
헤어나지를 못하는 산골이다. 여느 고장은 이미
봄꽃이 만발하고 있다는데 아직도 이른 아침으론
영하의 기온에 하얗게 된서리가 내려 덮어버린다.
이제 막 고개를 내미는 새싹들을 얼려버릴 기세다.
그래도 잘 견디고 버티는 것을 보면 대단하고 위대
하기까지 한 생명력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산골의
봄은 힘들게, 아프게, 고통스럽게 오는 것 같다.
다시 일을 시작했다.
닷새동안 쉬느라, 노느라, 먹느라, 즐기느라 바빴다.
노는 것도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꽤
피곤했다. 몸은 바삐 움직이느라 고단해도 마음은
아주 가벼워지는 흐뭇하고 뿌듯한 그런 느낌이다.
아주 푹 잘 쉬고 잘 놀고 잘 먹어 많은 에너지 충전을
했으니 그 힘으로 촌부 본연의 일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름의 계획대로 척척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오랫만에 일을 손에 잡았더니 조금은 힘이 든다.
이제부터는
꺼내고, 자르고, 쪼개놓은 장작을 장작집으로 옮겨
쌓는 마지막 순서의 작업을 시작했다. 모닝가든 옆
주차장에 아무렇게나 놓아둔 장작을 맨 윗쪽 밭가
장작집으로 옮기는 작업 또한 꽤 만만찮은 일이다.
기다란 지형의 단지라서 모닝가든은 맨아랫쪽이고
집은 맨윗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통행하는 길은 꽤
경사가 있다. 못해도 오르막이 한 100m는 될 성
싶다. 그러니 손수레로 나르거나 지게로 나른다는
것은 무리다. 세렉스 같은 화물차가 없으니 하는 수
없이 자동차 트렁크에 조금씩 싣고 여러번 나르는
방법 외는 다른 방도가 없다. 그렇다고 마을 아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지금부터 농사준비 하느라
눈코 뜰새 없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바쁠 것이 없는 일이라서 서두르거나 급히 할 필요
없는 일이다. 지금 준비하는 장작은 다음 겨울에나
쓸 땔감이기 때문에 밭갈이를 하기전까지 옮기고
쌓으면 된다. 밭가에 있어 농사가 시작되면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도 아직은 농사가 시작되기 전이라
밭으로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소렌토 승용차 트렁크에 한번에 싣는 양이 적어서
여러번 아마 수십번은 나르게 될 것 같다. 언젠가는
세렉스 같은 화물차를 사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런 일을 제외하고는 당장 큰 필요성을 못느낀다.
바쁠 것이 없으니 쉬엄쉬엄, 사부작사부작 옮겨와
차곡차곡 장작을 쌓기 시작했다. 힘든 것보다도 꽤
재밌다. 이상하게 다른 일과는 달리 장작일은 힘이
들어도 힘든 줄을 모르고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쌓여가는 장작을 보면 부자가 되는, 부자가 된 그런
기분이 든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벌써부터 뿌듯한
마음, 흐뭇한 기분이 들어 참 좋다. 오늘도 이 일은
계속될 것이고 한동안은 이어지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