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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호미 들고 필드에 나가볼까?


2023년 3월 12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이월 스무하룻날


여느 겨울에 비해 무척 길고 춥고 눈도 많이 내렸던

겨울의 그 위세가 꺾여 이제는 다가오는 봄기운에

서서히 밀려나는 느낌이다. 그래도 질기다. 오늘도

아침은 차갑다. 차갑다는 표현보다 아직은 춥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싶다. 아무래도 올해는 여느해

보다는 봄이 조금 빠르게 오고있음을 느끼게 된다.

일교차가 꽤 크다. 어제는 한낮에 무려 영상 20도

까지 치솟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날 지경이었다.

지금껏 햇볕을 찾았는데 어제는 일하다가 처음으로

그늘을 찾아야 했다. 이러다가 봄을 건너뛰고 곧장

여름으로 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오늘도 서리는 하얗게

내리고 기온은 영하 3도에 머무르고 비소식에 이어

저녁에는 눈소식까지 있으니 말이다.


웬만해서는 힘들다는 말을 잘 하지않는 이서방이

근래 한동안 장작 패는 도끼질을 하더니 많이 힘든

모양이다. 하긴 15년 가까이 하지않고 도시생활을

하던 사람이 산골집으로 컴백하여 도끼질을 시작

했으니 그도 그럴만하다. 촌부야 긴 세월 몸에 밴

사람이라서 괜찮지만 이서방은 갑작스런 변화에

몸이 반응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너무

무리하지말고 쉬엄쉬엄 천천히 하라고 했었는데

나이가 조금 많은 형인 촌부가 안스러웠는지 혼자

그 많은 통나무를 모두 쪼개놓았다. 이제 도끼질은

거의 다 끝나간다. 그런데 이서방이 어깨와 허리가

뻐근하다고 하니 은근 걱정이 된다. 오늘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하니 핑계김에 하루쯤 쉬어야겠다.

어제부터 촌부는 다시 모닝가든에 널부러져 있는

나무를 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충대충 굵은

나무만 꺼내자고 하면서 그게 잘 안된다. 쓸만하게

보이는 나무는 죄다 꺼내고 있으니 이또한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그냥 두면 썩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욕심 아닌 욕심을 부리고 있다. 아직 한동안

모닝가든에서 나무를 꺼내야 하고 토막내는 엔진톱

작업, 쪼개는 작업, 나르는 작업, 쌓는 작업이 남아

있는데 이서방이 힘들어 하니 큰일이고 걱정이다.


오전내내 나무작업을 하느라 힘이 들어 점심 먹고

조금 쉬었다 나왔더니 아내와 처제가 작은밭가에

쪼그리고 앉아 냉이 캔다며 호미질을 하고 있었다.

순간 아주 조금 뿐인 우리밭 보다는 산 윗쪽에 있는

큰밭에 가면 냉이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미 들고 필드에 나가볼까?"라고 말했더니 귀가

번쩍 뜨였는지 자매는 좋아라 했다. 산골 아낙된지

20년이 넘었지만 겁이 좀 많은 자매는 절대 둘이서

산에 가지 못한다. 이서방이나 촌부가 데리고 함께

가야만 한다. 반신반의 하면서 올라갔더니 냉이가

나오고 있었다. 한때는 냉이가 꽤나 많이 서식하던

밭이다. 그러나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았는데 올해는

냉이를 좋아하는 자매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많은 양은 아니지만 봄향기를 느끼고, 봄내음 먹을

만큼 꽤 캐가지고 왔다. 촌부는 여기저기 밭고랑을

살피며 냉이를 찾아 자매가 캘 수 있게 하며 함께

캤다. 아주 재밌고 신나는 봄맞이였다. 이렇게 봄을

맞이하는 마음, 기분은 긴 겨울의 터널을 벗어나는

순간을 맞이하는 듯했다. 냉이는 새봄을 맞이하는

첫 번째의 전령사이라서 그런지 무척이나 반갑다.

아마 오늘 비가 내리고 나면 꽤 자라지 않을까 싶다.

아내와 처제는 한 일주일 뒤에 다시 올라가면 제법

많이 캘 것 같다며 설레이는 눈치였다. 그때는 둘이

올라가라고 했더니 그건 좀 아니라나 뭐라나? 집에

오자마자 자매는 눈 녹고 얼음 녹아 손이 아릴 만큼

차디찬 시냇물에 냉이를 씻어 마당의 야외탁자에서

하나하나 일일이 다듬고 있었다. 냉이를 캐는 모습,

냉이를 다듬는 자매의 모습은 산골스럽고 보기에

좋아 한참 바라보며 서있었다. 이런 모습은 정겨운

산골살이에서나 볼 수가 있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하며... 저녁밥상에 처제가 아주 먹음직스럽게 무친

냉이나물이 올라왔다. 냉이나물을 먹었지만 향긋한

봄을 먹은 것이다. 봄나물 하나에도 감동을 하면서

또 의미를 부여하면서 산골살이를 하는 우리들이다.Picsart_23-03-12_09-00-40-399.jpgPicsart_23-03-12_08-54-16-930.jpgPicsart_23-03-12_08-52-06-174.jpgPicsart_23-03-12_08-49-39-904.jpgPicsart_23-03-12_08-48-20-00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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