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잠시 소풍 나온 삶인데...
2023년 3월 10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이월 열아흐렛날
어느새
3월도 초순을 지나고
내일이면 중순에 접어든다.
여느 고장에서는
꽃피는 춘삼월이라고들 하는데
이 산골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여전히 추운 산골,
영하 4도, 하얗게 지붕을 덮은 서리
아직까지도 꽁꽁 얼어있는 겨울이다.
산골의 겨울은
여느 고장에서는 상상도 못한다.
5월 중순까지 서리가 내리니까...
하지만
한낮은 햇살의 위력은 대단하여
두자릿수 영상의 기온까지 오른다.
이른 아침
난롯불부터 먼저 지펴놓았다.
밖은 추워도 훈훈한 집안이라서 좋다.
아침에 시냇가를 거닐다보니
어느새 얼음이 녹아 졸졸졸 물소리가 들린다.
여느해에 비해 엄청 빨리 물이 풀린 것 같다.
아직은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이 산골에도 아주 조금씩
느리게 느리게 봄기운은 다가오는 것 같다.
어제는 아내와 함께 수원에 다녀왔다.
아내의 절친한 친구 부친喪 문상을 하러...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영면을 빌어드렸다.
어르신께서는 우리 나이로 101세,
한 세기를 넘게 장수를 하셨지만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고 편히 가셨단다.
이 얼마나 대단하신 어르신인가 싶다.
흔히들 오래 살다가시면 好喪이라 하지만
이 세상에 절대 好喪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어떠한 삶을 영위하다가 생을 마감해도
죽음이란 축복보다는 슬픔이 더 큰 것이다.
그래서 상주의 손을 붙잡고 위로를 해야한다.
문득 17년전 장인어르신 생각이 떠올랐다.
수원 연화장에서 장인어르신과 이별하고
먼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던 곳이라서...
요즘은 나이가 들어감이라서 그런지
이따금씩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건강하게 주어진 명을 다하고 잘 죽을 것인가?
이제 우리 나이는
한번쯤 죽음에 대한 생각도 해야할 나이다.
두려움보다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힘들게 집착을 하며
어렵게 더 살아봐야 좋을 것 없다는 생각이다.
웃으며 떠날 수 있다면 그게 큰 복일텐데...
우리네 인생은
잠시 소풍을 나온 것이라 했고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고 했다.
이제부터는
잘 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잘 죽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