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일취월장(日就月將) 그리고...
2023년 3월 4일 토요일
음력 癸卯年 이월 열사흗날
일교차가
너무 심한 요즘이다.
아침은 영하, 한낮은 영상, 밤엔 다시 영하...
이렇게 산골의 겨울은 끈질긴 심술을 부린다.
오늘은 이른 아침 기온이 영하 7도,
그뿐인가? 서리가 하얗게 지붕을 덮었다.
요즘 촌부의 일상은
그날이 그날이라 하는 일이 연일 똑같다.
벌써 며칠째 모닝가든에 잔뜩 쌓아둔
통나무를 자르는 엔진톱 작업을 하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그 많은 통나무더미가 밑바닥에 얼어붙은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잘라 토막나무가 되었다.
이젠 거꾸로 주차장 바닥에 토막나무가 쌓여
산더미처럼 모양새가 바뀌었다. 잘라놓은 것도
가지가지 다양한 모습이다. 불쏘시개용으로 쓸
아주 가는 가지, 쪼개지 않아도 되는 작은 토막,
장작으로 쓰려면 도끼질로 쪼개야 하는 통나무,
지난 가을과 올겨울 베어놓은 덜 마른 나무까지...
해야하는 작업이 또 있구나!
마른 풀섶에 잔뜩 숨어 널부러져 있는 나무들을
꺼내 잘라야 하는 작업이 남아있다. 풀이 자라기
전에 모두 꺼내야 하는데... 오늘부터는 그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생각을 좀 해보자!
어제는 혼자서 일했다.
둘째네가 인천에 볼일이 있어 다녀오는 바람에
이서방과 손발을 맞출 수가 없었다. 쌓여있던
나무더미가 드디어 그 바닥이 더러났다. 겨우내
눈과 추위에 바닥에 얼어붙어있는 몇 토막외는
모두 자르기는 했으나 지름이 30~40cm가 넘는
꽤나 굵은 통나무를 남겨두고서 많이 망설였다.
과연 소형 엔진톱으로 만년 초보수준의 촌부가
자를 수가 있었을까 하고...
일취월장(日就月將),
'날마다 달마다 성장(成長)하고
발전(發展)한다'는 뜻이다.
어제 촌부가 이 말을 실감했다고 할까?
굵기가 장난이 아닌 통나무를 그냥 둔다는 것이
못내 아쉽고 나무깨나 자른다는 사람이 포기하기엔
자존심이 상할 것만 같았다. 용기를 내어 엔진톱에
연료를 가득 채운 다음에 통나무가 움직이지않도록
받침목을 고여놓고 엔진톱을 들이댔다. 톱을 계속
반복해 앞뒤를 움직이며 잘랐더니 되는 것 아닌가?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절반의 성공을 했다.
반토막을 내는 자작나무, 무려 지름이 42cm가 넘는
잣나무는 두 토막을 내고 혼자 옮길 수 없어서 오늘
이서방의 도움을 받아 마무리를 하려고 남겨놓았다.
조금 무리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고, 날도 저물어 미뤄두어야 했다.
엔진톱 경력이 꽤 되었지만 늘 초보수준이었는데
장족의 발전을 했다. 이런 걸 두고 흔히들 말하는
일취월장(日就月將)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어제 저녁무렵 조카 딸내미가 산골집에 왔다.
주말이라 둘째네가 인천에 다녀오면서 데리고 왔다.
집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하여 잠자러 가기전까지
어찌나 조잘대는지 단지가 떠들썩한 느낌이었다.
노친네 넷이 사는 단지에 조카 딸내미가 오니까
사람사는 느낌이 난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듯...
조카 딸내미가 온다는 소식에 바쁜 사람은 아내,
녀석이 잘 먹는 것을 해먹여야 한다면서 바빴다.
요즘 아이들답지않게 전찌개를 좋아하는 녀석을
위해 온갖 전을 넣고 전찌개를 끊이고, 찹쌀가루로
떡을 한 다음 카스테라 가루를 내어 묻힌 경단도
만들었다. 냉동시켜둔 두릅을 꺼내 녹여 밀가루를
묻혀 찐 후 양념으로 무쳤고, 봄동으로 겉절이까지
해놓고, 느타리버섯전과 배추전도 부쳤다. 겨울에
먹던 백김치를 남겨두었는데 맛보여야 한다면서
꺼냈다. 고생하며 만들기는 했는데 보기에는 좀
단촐한 밥상 같았다. 그런데 녀석이 어찌나 맛있게
잘 먹는지 그 모습을 보는 아내는 물론이고 우리들
모두가 뿌듯하고 흐뭇했다. 부모의 마음이랄까?
아내와 처제는 주말동안 함께할 딸내미를 위하여
무엇을 해먹일까 하면서 고민중이라나 뭐라나?
어찌되었거나 예쁜 조카 딸내미가 와서 너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