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핑계삼아 쉬려고 했더니...
2023년 3월 2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이월 열하룻날
남녘에는
동백꽃이 피고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다는데...
이 산골 설다목에는
3월이 시작되었음에도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단다.
일어나자마자 살펴보니
일기예보에는 면온 영하 7도
설다목 우리집 온도계는 영하 8도
한겨울의 이 정도 기온은
별 것도 아니라고 느꼈었는데
은근히 쌀쌀하고 춥다는 느낌이 든다.
어제 아침나절 비소식이 있어
핑계삼아 하루쯤 쉬어가자 했는데
빗나간 일기예보 덕분에 그러지 못했다.
여느날처럼 엔진톱을 챙겨들고
작업장으로 내려가 나무를 베었다.
이서방이 통나무를 참 많이도 꺼내놓았다.
아침나절부터 오전내내
베고 또 베고 토막을 내놓았다.
점점 쌓여가는 나무가 장난 아니다.
그런데 지름이 20cm가 넘는 통나무
과연 소형 엔진톱으로 이놈을 자를 수 있을까?
조심조심 시도해봤더니 된다,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이런 짜릿한 쾌감에
위험한 엔진톱 작업을 연일 하고 있다.
자른 뒤의 뒷일이야 그 다음 문제이고...
토막을 내고 나면
하나하나 일일이 도끼로 쪼개야 하고
장작집으로 나르고 쌓아야 끝나는 일이다.
잔뜩 쌓여있었던 통나무를
이서방이 힘들게 꺼내고 촌부는 자르고
그랬더니 이젠 토막나무가 점점 쌓여간다.
오후에는 느닷없이 비가 추적거렸다.
아침나절에 내린다더니 뒤로 밀린 것일까?
촌부더러 쉬어가라는 하늘의 고마운 배려일까?
잠시 내린 이슬비라서 조금 망설였다.
'에라~ 모르겠다? 핑계삼아 쉬어가자!'
낮잠에 푹 빠져 그냥 사정없이 쉬어버렸다.
그런데 밥맛은 왜 그리도 좋은지?
아내가 차린 마파두부덧밥에 꼬치어묵국에
처제가 갖다준 콘치즈까지 깨끗이 비웠다.
오늘은 쌀쌀하긴 하지만
아침부터 햇살이 좋고 하늘도 참 맑다.
나무작업하기에는 아주 좋을 것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