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이제 끝이 보이는군!
2023년 2월 23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이월 초나흗날
절기상 우수(雨水)가
지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른 아침에는 동이 일찍 트고
저녁무렵에는 해가 늦게 진다.
해가 길어지고 날이 많이 길어졌다.
아침 기온은 어제보다는 많이 올라갔지만
여전히 차가운 영하 6도에 머문다.
문득 어릴적 이맘때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에
반문을 했던 생각이 나서 혼자 웃었다.
"아~따야, 인자 참말로
해가 많이 길어지고
날이 많이 길어졌삤네!" 라고 하셔서 물었다.
"할부이! 우찌 해가 길어지고
날이 길어진다 쿱니까?"라고...
그랬더니 할아버지께서 웃으시며
"허허~ 이놈아!
입춘이 지나고 우수가 지나모
해가 길어지고 날이 길어지는 기다."라고 하셨다.
어린 나이에 하루는 24시간인데
어떻게 해가 길어지고 날이 길어진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었다.
그때 그 아이가 은발에, 할아버지의 나이가 되어
그 말씀을 떠올리며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
단지의 나무를 베어놓고
정리를 하기 시작한지도 꽤나 오래 되었다.
2월이 가기전에 정리를 마칠 수가 있을까 싶었다.
주구장창 그 일만 하는 것이 아니고 틈이 나는 대로
시나브로 쉬엄쉬엄 하다보니 시일이 많이 걸렸다.
이제 그 끝이 보인다.
어제는 나무정리 작업 12일次,
중앙통로에는 지름이 20~30cm에 가까운
통나무 몇 그루터기 남겨놓고 모두 정리했다.
한 이틀 걸릴 것 같았던 펜션 뒷쪽 시냇가에
잔뜩 널부러져 있는 나무정리 작업을 시작했다.
의외로 일하기가 수월하여 작업속도가 빨랐다.
대부분 단풍나무라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다.
하루에 잔가지 정리와 굵은 나무 토막내는 까지
마무리했다. 이서방은 그 사이 중앙통로 곳곳에
잘라 토막을 내놓은 잔가지를 바베큐장으로 모두
옮겨놓는 일을 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잔가지 토막은 손수레로 옮기는데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일일이 하나하나 손수레에 실어야
하고 내릴때도 그렇게 반복을 해야만 하니까...
우리 엔진톱은 소형이라서 지름이 넓은 통나무를
자르는 것은 어쭙잖은 촌부의 솜씨로는 무리다.
하지만 용기를 냈다. 어찌되었거나 서있는 나무를
마을 아우가 베었으니까 널부러져 있는 통나무도
자를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먼저 받침목을 끼워놓고
조금씩 굴러가며 천천히 잘랐더니 되는 것이었다.
나름 머리를 굴렸더니 효과를 보았고 자신감까지
생겼다. 커다란 통나무 두 개를 자르고 나니 날이
저물어 오늘 마저 해치울 생각이다. 괜시리 지레
겁을 먹어 엄두를 못내다가 용기를 낸것인데 아주
잘했구나 라며 스스로에게 칭찬을 하며 웃었다.
흐뭇하고 흡족하여... 오늘은 나무정리 작업을 모두
마무리를 지을 계획인데 잘 될 것이라고 여긴다.
어젯밤 아내가 땅콩버터쿠키를 만든다고 하면서
버터반죽을 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여 도왔다.
사먹는 것도 좋지만 아내의 정성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아서 맛있고 건강한
간식이다. 이번에는 우리가 먹을 게 아니고 선물을
할 것이란다. 지난 설에 보건진료소장님께서 김을
선물로 주셔서 겨우내 잘 먹었는데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다며 땅콩버터쿠키를 만들고 구워서
갖다드리고 싶다고... 아마 그 어떤 선물보다도 더
의미가 있고 정성이 담긴 좋은 선물이 아닐까 싶다.
고마움에는 꼭 보답을 해야만 직성이 풀려 마음이
가볍다는 아내의 오래되고 고집스런 성격 탓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