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바로 이 맛이야!
2023년 2월 18일 토요일
음력 癸卯年 정월 스무여드렛날
어제와는 달리 오늘 아침은 영하 2도에 머문다.
요즘과 같은 날씨에 하루사이 기온차가 꽤 심하다.
그런데 오후에는 비 또는 진눈깨비가 내릴 것이라
하고 늦은 밤부터 시작하여 내일 오전까지는 눈이
꽤 많이 내리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일요일 저녁무렵
아들 녀석이 온다고 했는데 그땐 괜찮겠지? 이맘때
내리는 눈은 히마리가 없으니까 걱정은 않지만...
어제는 아침은 꽤 추웠지만 햇살이 퍼지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따스했다. 요즘 시나브로 하고 있는
나무정리 작업이 어느새 9일次이다. 작업복 차림을
하고 나갔더니 걷기운동을 하던 아내가 장날이라서
나가야 하는데 또 일을 하려고 하느냐며 성화였다.
언제 나갈거냐고 했더니 1시간쯤 후에 나간다기에
시간을 맞춰서 작업을 할테니 걱정말라고 말했다.
기왕 작업복을 입었으니 조금이라도 정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나름의 계획으론 중앙통로의
나무 잔가지는 모두 다 정리하려고 했는데 차질이
생겼다. 허나 서두르지 않고 자르고, 나르고, 쌓고
또 반복을 했다. 1시간이 훌쩍 지나가 마쳐야 했다.
둘째네와 함께 봉평장에 다녀왔다. 가면서 아내가
"오늘도 재환네 만나려나? 학열氏 나왔으면 함께
시니어클럽 식당의 보리밥이나 먹었으면 좋을 것
같은데..."라고 했다. 희안하게 우리와 장보러 가는
시간이 맞아 장에서 만나 차도 마시고 이따금씩은
밥도 함께 먹는 인근 마을 형님 부부가 재환네이고,
우리집에 자주 놀러오는 아우가 학열인데 엊그제는
산골 아낙들이 좋아한다며 콩사탕을 잔뜩 사다준
아우이다. 장애가 있어 예전에 세 동서가 많이 챙겨
주었고 특히 지금은 영주에 가있는 막내 장서방이
참 잘 챙겨주곤 했다. 봄부터 늦가을까지는 온 산을
다 뒤지고 다니는 산꾼이라서 아주 이따금씩 함께
산에 가곤 하는 이 아우는 산을 엄청 잘 탄다. 아내
말이 신통방통이었는지 아내의 말 그대로 장에서
이웃 마을 형님 부부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마트에서 학열 아우를 만났다. "당신 돗자리 펴도
되겠네!"라고 말했더니 모두 함께 웃었다.
시니어클럽 식당은 내부수리중이라고 하여 장평에
나와 '먹쇠루'라는 중국집에서 학열 아우를 데리고
짜장면 한 그릇씩 먹고 왔더니 그새 촌부의 멘토인
선기 아우가 우리집에 와 있었다. 아침나절 통화를
했는데 장날이라서 나가는 김에 양미리를 사올테니
함께 구워먹자고 했었다. 주차장에 아주 자그마한
화로를 갖다놓고 산에서 나무를 주워다 불을 지펴
한참동안 불을 피웠다. 요즘 흔히들 말하는 불멍을
하다가 불이 거의 사그라져 숯불이 되었을 무렵에
선기 아우는 갑자기 평창에서 고추모종용 씨앗을
가지러 오란다는 전화를 받고 가고 말았다. 모처럼
양미리 구워먹을 것이라고 좋아하며 나무를 해다가
불까지 다 지펴놓았는데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하는 수 없이 셋이서 양미리를 구워 소주 한잔씩을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먹었는데 맛은 있었다. 근래
이서방이 양미리, 양미리 하더니 어찌나 잘 먹는지,
"바로 이 맛이야!"라며 너무나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셋이 늦은 오후까지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양미리 사온 선기 아우와 함께 다음에 구워먹자며
한 묶음은 냉동실에 넣어뒀다. 반건조라서 괜찮을
것이다. 예전에도 이맘때 이따금씩 모여 양미리를
구워먹곤 했기에 추억을 소환하는 그런 느낌이라
너무 좋았다. 이 맛이 바로 산골살이 맛이겠지 싶다.
어찌되었거나 요즘 산골 촌부들 잘 먹고 잘 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