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오매~ 징한 거~!!!
2023년 1월 30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정월 초아흐렛날
어젯밤 8시쯤인가?
밖에 바람을 쐬러 나갔더니
반갑지도 않은 자연의 손님이
소리소문도 없이 온세상을 덮고 있었다.
함박눈이었다.
들어오자마자 "오매~ 징한 거~!!!"라고 했더니
"갑자기 뭔 소리래요?"라고 아내가 말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다니!"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여간 날씨가 미쳤다니까!"라고 하여
둘이서 껄껄껄 웃고 말았다.
올겨울은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눈이 내린다.
눈이 지겹고 지긋지긋하다고 했더니
도시에 사는 친구가 "호강에 겨웠다!"라고 했다.
"이 사람아! 한번 겪어봐라! 그런 말이 나오나?"
촌부는 남다른 체험, 경험을 하며 살고있으니
그런 말을 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웃고 말았다.
하긴 도시에 내리는 눈은 설경을 감상하기도 전에
녹아 질퍽거리고 눈이 조금이라도 내리기만 하면
교통이 마비되는 불편을 초래하니까 그런 말을
하걱 되는 것이겠지 싶다. 제설작업이 조금 힘들긴
하지만 잠시잠깐의 수고에 대한 댓가는 멋지게
펼쳐진 설경을 감상할 수가 있으니 호강이면서
호사를 누리는 것은 남다른 즐거움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 친구에게 타박조로 말한 것이 못내
미안한 생각이 든다. "친구야! 설경보러 온나!"
어제 오후부터 함박눈이 오락가락 하는 것이
심상찮구나 했더니 결국 바람돌이를 짊어져야
하는 만큼의 눈이 내렸다. 눈대중으로 대충 봐도
족히 5cm는 될 성싶다. 딱히 할 일 없는 촌부더러
게으름 피우지 말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자.
영하 17도의 아침 기온도 눈이 내려서 그런지,
바람이 잠잠해 그런지 추운 느낌이 없어 다행이다.
집부근은 이른 아침 빗자루로 대충 쓸어놓았다.
습설이 아닌 것만으로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이따 햇살이 퍼지면 나가서 바람돌이를 짊어지고
제설작업을 하면 될 것 같다.
어제 오후에 집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카페에 있던
이서방이 "형님! 마을 친구들이 놀러왔네요."라고
하여 내려갔더니 신임 이장과 절친한 마을 아우들
둘하고 셋이 와있었다. 바리스타 이서방이 만들어
준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는 토요일 정월 대보름 맞이 주민잔치를 한다고
그날 점심식사를 하러 오라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신임 이장이 마을일을 보기 시작하면서
시끄러웠던 일들이 잠잠해지고 지난번 대동회에서
의결하고 통과시켰던 마을 주민 복지에 관한 것을
곧바로 시행에 옮길 것이라고 했다. 젊은 이장을
뽑았더니 이제서야 마을이 원활하게 잘 돌아가고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 다행이구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