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걱정으로 점철되는 삶인가?
2023년 1월 28일 토요일
음력 癸卯年 정월 초이렛날
밤잠을 설치다가 새벽녘에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번뜩 눈이 떠져 일어나보니 그새 5시반이 되었다.
아내도 잠을 설친 것 같다. 밤새 기온이 뚝 떨어져
집안이 썰렁해 난롯불부터 지폈다. 영하 24도까지
기온이 사정없이 곤두박질을 했으니 추울 수밖에...
하여간 올겨울은 한파와 눈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안하는 날이 없는 것 같다. 그나저나 영주 막내네는
괜찮은가 모르겠다. 은근히 걱정이 된다. 맏이라서
그런 것일까? 부모님이 안계시면 맏이가 부모님
맞잡이라고 하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날이 새면
아내더러 전화를 해보라고 할 참이다.
어제는 참으로 이상하고 묘한 경험을 했다. 산골에
살면서 한두번 겪는 일은 아니지만 너무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다. 날씨예보에도 없던 눈이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잠시 내리다 말겠지 했는데 이런이런
금새 함박눈으로 변해 오전을 지나고 오후 3시까지
흩날렸다. 못해도 5cm는 내려 쌓였지 싶다. 그런데
날씨예보에는 계속 맑음이라며 해를 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침나절과 오전에는 오류겠지 했다.
눈이 거의 그칠 무렵까지도 그 상태였다. 그럴수도
있겠지 생각하면 그만인데 산골에 살다보니 날씨의
변화에 민감해 예보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촌부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심히 못마땅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내려쌓인 많은 눈은 치워야 했다.
일상에 불편을 초래하는 것이 겨울날에 눈이 내리는
것이라 어쩔 도리가 없다. 벌써 사흘째 바람돌이를
짊어졌다. 이 바람돌이를 마련한 것이 얼마나 편하고
좋은 것인지 모른다. 경사가 심한 긴 비탈길도, 넓은
단지의 내부도 빠르면 한 시간, 눈이 많아 늦어져도
두어 시간이면 말끔하게, 깔끔하게 치울 수가 있다.
어제는 많은 적설량은 아니라서 한 시간에 해치웠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제설작업을 다 마치고 감상하는
설경은 그야말로 기가 막힌다. 제설작업하며 사라진
감성이나 낭만이 저절로 되살아나는 느낌이라 혼자
미소를 짓곤 한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것이라고 했나보다. 누구나 처해진 현실에
적응하게 되는 것이 바로 주물주가 우리에게 부여한
능력이 아니겠는가 싶다. 힘듦 뒤에 보상을 받는 듯,
설경을 감상하며 그새 바람돌이를 짊어졌던 생각은
머리에서 사라지게 되니까 하는 말이다. 어쨌든간에
이제 제발 눈도, 한파도 그만 그쳤으면 좋겠는데...
하여간 끝없는 걱정으로 점철(點綴)되는 것이 바로
우리네 삶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