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함께하는 산골살이
2023년 1월 18일 수요일
음력 壬寅年 섣달 스무이렛날
이른 아침 기온 영하 10도, 잔뜩 흐리다.
겨울날 이 정도 날씨 쯤이야 별 것도 아니다.
어젯밤 또다시 눈이 내려 땅을 덮을 만큼 쌓인 것
같은데 이또한 딱히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습설이 아니라서 바람돌이를 잠시 짊어지면 될 것
같으니까. 하여간 시도때도없이 눈이 자주 내린다.
내일도 또 눈소식이 있으니 원....
새해 들어 처음 반상회를 가졌고 지금 반장이 연임
하기로 했다. 조금 다혈질이기는 하지만 참 열심히
한다. 지난번 마을에 시끄러움이 있을 때도 앞장서
문제를 해결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우리반 주민들은 신뢰를 한다. 문제는 너무 열정이
넘쳐서 혹시나 일을 그르칠까봐 그게 걱정스럽다.
그래도 다들 선뜻 나서지를 않는데 1년 더 봉사를
하겠다고 하여 모두 박수로 연임을 결정했다. 함께
식사하고 옆집 전사장이 둘째네 카페에서 오픈을
축하하며 주민들에게 커피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모두 함께 우리 카페 '날으는 구름섬'으로 이동하여
커피와 고르곤졸라 피자, 베이글을 구워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 모든 주민이
참석을 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산골짜기 설다목에
살며 이런 친목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기는 한데
문제는 도시에서 온 몇몇 사람들이 협조가 미흡해
반장에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부탁
했다. 서로 배려하며 함께사는 정겨운 마을이기를
바래본다.
어제는 봉평 오일장날이라 식구들과 함께 다녀왔다.
설명절 전에 있는 대목장이라 그런지 장보러 나온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스키시즌이라 관광객들도
많이 섞여있는 것 같았다. 이 산골에서 살면서 너무
좋은 것은 5일마다 열리는 전통 오일장에 나가는
것이다. 이상하게 마트보다 정겨움이 있고 서로서로
정을 주고받는 느낌이다. 이런 정이 넘치는 것 같은
장골목을 걸어다니다 보면 상인이든 행인이든 모두
역동적인 느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
장보기는 차례준비도 있기는 하지만 설을 쇠러 집에
오는 아들 녀석을 위해 아내가 또 돈까스를 만들어
보내야 한다며 돼지고기도 잔뜩 샀다. 두 집이 장을
본 것이 트렁크로 가득이다. 이렇게 대목장을 보니
명절 기분이 나는 듯했다.
우리가 장을 보느라 집을 비운 사이에 마을 아우가
트랙터를 몰고 올라와 주차장에 잔뜩 쌓아둔 눈을
한쪽으로 치워놓았다. 전날 커피 마시러 와서 보니
무거운 눈을 적당히 치워놓은 그 눈더미가 마음에
걸렸더란다. 기다리라고 했더니 장보기에 시간이
걸렸고 조금 지체를 했더니 기다리다가 바쁜 일이
있다며 내려오고 있었다. 진입로 입구에서 만났다.
고마운 마음이라 올라가 차라도 한잔하고 가라고
했더니 다음날 오겠다고 했다. 주인도 없는 집에서
눈을 치워준다는 것, 그것도 트랙터를 가지고 와서
엄청 많은 눈더미를 치워놓았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렇게 고마운 이웃과 함께함이라서
아마도 지금껏 산골살이를 하고 있는 것 아닐까?
마을 아우가 다녀간 흔적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로
지었다. 너무 고맙다! 정말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