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폭설, 그 이후...
2023년 1월 16일 월요일
음력 壬寅年 섣달 스무닷샛날
세상은 온통 새하얀 순백으로 덮혔다.
땅은 말할 것도 없고 지붕도, 장독대도, 모든 길도,
심지어 앙상한 나뭇가지도, 푸르른 잎의 소나무도
모두 눈을 잔뜩 이고 있는 산골의 아침을 맞이한다.
추울 것이라는 예보에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그리
춥지는 않아 다행이다. 바람도 잠잠하여 이또한 참
다행스럽다. 영하 6도에 머문 월요일 아침이다.
지난 토요일부터 어제 온종일 내리던 눈은 어젯밤
그쳤는데 오늘 아침 또다시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
정말로 많이도 쏟아놓았다. 보기에는 어디 이만한
풍광이 있을까 싶다. 그러나 멋진 설경의 이면에는
힘드는 제설작업이 숨어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긴 하지만 실제 경험을 해보지 않고는 그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는 잘 모를 것이다.
"오늘은 물기 머금은 습설이라 많이 힘들지?"
"이번 눈은 정말이지 너무너무 힘드네요!"
어제 오후 제설작업 하며 동서간에 나눈 대화이다.
촌부는 지금껏 해마다 겪는 경험이고 체험이지만
이서방은 한동안 이곳을 떠나있었으니 꽤 오랜만에
힘든 제설작업을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습설이라서
작업이 만만찮은 것이었을 텐데 여섯 살이 더 많은
형님, 촌부를 생각하여 혼자 힘든 일을 마다 않는다.
그런 이서방을 바라보는 촌부 마음은 너무 짠했다.
이번 눈은 물기를 잔뜩 머금은 습설인 것도 힘든데
어찌나 많이 쏟아놓았는지 바람돌이(브로워)로는
엄두를 못낼 정도였다. 넉가래도 몇 발 못가서 멈춰
선다. 그만큼 눈이 무겁다는 것이다. 하는 수가 없어
눈삽으로 그 많은 눈을 퍼서 나르는 수밖에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 두 배. 세 배 더 힘이 들었다.
이번 제설작업은 제설장비를 총동원 해야만 했다.
그래도 올겨울에는 이서방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난 겨울까지는 아내와 둘이서 다 치워야
했으니 아내가 고생 많이 했다. 올겨울은 아내더러
절대 제설작업에 나오지 못하게 했다. 그동안 혼자
엄청 고생이 많았으니까. 혼자보다는 둘이라서 참
좋다. 이렇게 이서방과 함께하니 힘든 일도 너무나
수월하게 할 수 있음이라 이또한 촌부는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구나 싶다. 뿐만아니라 처제와 아내는
두 동서가 눈치우느라 고생했다며 저녁식사로 한우
쇠불고기를 해주어 반주까지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처제도 고맙고 아내도 고맙다. 심성이 고운 자매가
있어 따스한 산골살이를 하고 있는 두 동서는 정말
복이 많은 산골 촌부들이다.
그나저나 아랫쪽 큰길 도로가에 세워놓고 올라온
자동차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폭설을 온몸으로
보듬어 눈을 잔뜩 이고 있겠지? 이따가 내려가서
눈을 털고 집으로 데려와야겠다.
참, 이번에 잔뜩 내린 폭설에 산골살이를 하는 친구
걱정을 하며 문자로, 전화로 위로와 격려를 해주신
많은 벗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한 마음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