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食福이 터졌더래요!
2023년 1월 9일 월요일
음력 壬寅年 섣달 열여드렛날
허허~
날씨 한번 재밌네!
어제는 영하 17도, 오늘 아침은 영상 1도...
얼마만에 영상의 기온 아침을 맞는지 모르겠다.
곤두박질과 널뛰기를 하는 재밌는 산골의 날씨,
알다가도 모를 것이 날씨라고 해야겠지 싶은데...
하늘은 잔뜩 흐리다. 마치 심술궂은 찌푸린 할망구
상(像)이라고 할까? 간간이 내리는 듯 마는 듯이
아주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이 한겨울에
빗방울이라니... 그래도 포근한 날씨라서 좋기만
하다. 이렇게 입방정을 떨다가 낭패 당하는 것은
아닐까 모르겠다. 하여간 무지하게 좋은 아침이다.
전날의 폭설로 인해 사방 천지가 하얀 눈으로 덮힌
산골에 마을 아우들이 몰려 올라와 잔치를 벌였다.
토종닭 2마리, 능이버섯, 황기, 엄나무, 오가피나무,
벌나무에다 생강, 통마늘, 파절이을 가지고 온 것도
모자라 소주, 햇반, 과자에 압력밥솥까지 완벽하게
준비를 해가지고 왔다. 능이백숙을 끓여먹자고 온
것이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장소제공만 한 셈이다.
남자들만 다섯이 우왕좌왕 하다보니 아내가 내려와
닭을 손질해주고 모자란 양념을 갖다주었고 처제는
가지런하게 김치를 썰어 가져다 주었다.
처음에는 카페에서 가스버너 브루스타로 끓이려고
했다. 온갖 재료를 차곡차곡 넣고 압력밥솥 뚜껑을
닫으려는데 도대체 닫히지를 않아 다섯 남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애를 먹다가 맥가이버 아우가 껄껄
웃으며 모두 반대로 돌리려고 하니 닫히느냐면서
뚜껑을 닫았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가스버너인
브루스타에 그 큰 압력밥솥을 올려놓았으니 당최
끓을 생각을 않는 것이었다. 순간 촌부 머리에 떠
오른 생각, 바베큐장 LPG 가스버너에 끓이면 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내 끓는 것이 아닌가.
그 바람에 아우들이 바베큐장 올라가는 길의 눈을
모두 치워놓았다. 이 결과는 덤이었다.
엊그제 마을의 학열 아우가 놀러와서 지난 가을에
능이버섯을 채취해 냉동시켜놓았다며 언제 한번
능이백숙을 끓여먹자고 하더니 이틀만에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 맛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모른다. 역시 능이버섯은 그 맛과 향이 일품이다.
닭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온갖 약재와 능이버섯의
약성과 향이 푹 우러난 국물맛은 아주 끝내주었다.
흔히들 하는 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그
맛이라고 할까? 60대 남정네 다섯이 실컷 먹고도
남아서 저녁에 이서방하고 또 먹었다. 안타깝게도
산골아낙 자매는 닭고기를 즐기지 않아 둘이서 또
배불리 실컷 먹었다. 이렇게 맛있는 특식을 할때는
영주에 내려가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막내 장서방
생각이 난다. 예전 이맘때면 마을분들과 어울려서
돼지머리, 양미리를 구워먹고 물고기를 잡아 어죽
끓여먹는 천렵을 하곤 했었다. 그런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아우라서 생각나고 많이 아쉬운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새해들어서 이놈 촌부는 이래저래
식복(食福)이 터졌더래요! 입을 즐겁게 해주었고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었던 마을 아우들에게 정말,
너무, 엄청시리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