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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엄마의 흔적


2022년 11월 29일 화요일

음력 壬寅年 동짓달 초엿샛날


겨울을 제촉하는 겨울비가 어제 오후부터 시작해

밤새 내렸다. 지금도 잦아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이번 비는 겨울 가뭄에

심하게 몸살을 앓던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주어 

다행스럽다. 남녘에는 식수가 모자라 비상이라고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가 내려서인지

기온은 두 자릿수 영상 10도, 어제부터 내렸던

비는 25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단다. 이 비가

그치고나면 강추위가 몰려온다는데...


자가격리가 풀린 어제 아침나절,

아내와 함께 이것저것 챙겨 서둘러 집을 나섰다.

아내에 이어 촌부까지 끝내 코로나19의 유행을

비껴가지 못하고 감염이 되어 자가격리를 하느라

외출을 못하여 면사무소에 신고를 해야하는 일이

많이 늦어졌다. 보름씩이나 지났지만 신고기한이

한달이라서 큰 문제는 없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보름전에 작고하신 엄마의 사망신고를 한 것이다.

이런 신고는 흔한 일이 아니라서 기분이 이상했다.

이상하다기 보다 슬픔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창구에 문의를 했더니 그 일은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계장인 듯한 높은 분이 처리를 한다고 했다.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봐 사위라고 했더니

같이 온 분이 누구냐, 따님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아내를 불러서 신고인으로 하면 좋겠다고

했다. 신고서를 작성하는 아내의 손이 떨리는 것

같았다. 아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았다.

엄마 주민등록증을 반납하고 그렇게 십여분만에

엄마에 대한 행정처리는 끝났다. 발급을 받아야 할

민원서류가 우리 손에 쥐어졌다. 엄마의 이름 석 자

옆에는 '사망'이라는 둘 글자가 적힌 채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아내가 울먹이는 것

같았다. "이제 엄마의 흔적이 하나둘 없어지는 것이

너무 슬프다."라고 하며... "우짜겠노?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언젠가는 다 그렇게 되는긴데... 엄마는

좋은 데서 영면하실기다. 이제 그만 힘내자!" 라고

위로를 했지만 촌부 역시 마음이 너무나 안좋았고

슬펐으나 아내를 위하여 속내를 감추며 꾹 참았다.

집에 왔더니 엄마의 집에 눈길이 더 가는 것 같았다.

그나마 엄마의 흔적이 오래갈 것 같은 것은 집이다.

엄마가 사셨던 집은 이서방이 정리를 하여 공방으로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날마다 보게 될 엄마의

흔적이 있고 그 흔적에서 만들게 될 이서방의 작품,

그 작품에는 엄마의 마음도 조금은 깃들어 있겠지?


집에 오자마자 이서방하고 마을 아우네에 다녀왔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추위가 몰려올 거라면 밭에

그냥 있는 배추와 양상추를 가져가고 싶은 만큼 다

뽑아가라고 했다. 내려가보니 아직 얼지는 않았다.

마을 아우가 칼로 배추를 자르는 일을 도와주었다.

좋은 것만 골라서 배추를 수확하고 이서방은 차로

나르고... 얼마나 했을까? 이서방이 트렁크가 가득

찼다고 했다. 밭에 그냥 남겨두는 것이 아깝기는

했으나 쓸데없이 마냥 욕심을 내는 것도 좀 그랬다.

양상추도 조금 골라 차에 싣고 마을 아우 부부에게

잘 먹겠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집에 올라왔다.

둘째네는 김장을 조금 더 해야겠다고 한다. 우리는

양가 막둥이들에게 조금씩 택배로 보내줄까 싶다. Picsart_22-11-29_08-51-14-366.jpgPicsart_22-11-29_08-49-48-624.jpgPicsart_22-11-29_08-49-34-050.jpgPicsart_22-11-29_08-48-46-00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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