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벌써 소설(小雪)이라고?
2022년 11월 22일 화요일
음력 壬寅年 시월 스무아흐렛날
오늘은 얼음이 얼기 시작하고
첫눈이 내린다고 하는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
소설(小雪)이다. 첫눈 소식은 없고 비소식이 있다.
옛 속담에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말이 있다. 농경시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된다고
하여 만들어진 말이다. 그런데 오늘 산골은 그다지
춥지 않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안개까지 자욱하며
영하 1도의 기온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붕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아 아침을 열고 있다.
매주 화요일은 면사무소에서
생활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날이다. 아랫쪽 쓰레기
수거장에 내려다 놓아야 한다. 아침 일찍 쓰레기를
챙겨 현관문을 나서려고 하는데 디딤돌 위에 마른
나뭇잎 두 개가 놓여있었다. 순간 밟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골의 일상에서 흔히 길바닥 위에
널부러져 나뒹구는 낙엽을 밟고 다니는 것은 아주
예사로운 일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에겐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은 왜 그랬을까? 보아하니 하나는 팥배
나무 잎파리이고 또하나는 떡갈나무 잎파리인데
어떻게 현관앞까지 와서 이 아침 촌부를 망설이게
하는 것인지... 바람에 날아오긴 했겠지만 말이다.
산골에 살다보면 이따금씩 이렇게 어린아이 같은
생각도 하게 된다.
엄마가 떠나신지도 어언 열흘째,
그동안 식구들이 연달아 앓는 바람에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그나마 덜 아픈 촌부가 장례식을
치르면서 생긴 뒷일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았다.
큰일을 치르고나면 깔끔하게 정리를 하는 것이고
그래야 형제간에 갈등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별 것도 아닌 돈 때문에 서로 좋지않은
일이 생기는 것을 여기저기 다른 사람들의 경우를
봐왔고 들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거나 우리들은
서로 믿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우들이 참
고맙다. 떠나가신 엄마도 만족하시며 흐뭇하셨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전날부터 시작한 땔감용 나무를 꺼내는 작업,
서두르지는 않는다.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
지금 장작집과 다용도 창고에 쌓아놓은 것으로도
올겨울은 충분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마냥 손놓고
쉬는 것은 촌부의 직성이 풀리지가 않는다. 뭔가를
해야만 하는 성격인지라 슬슬 촌부 본연의 일상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옆산의 비탈진 언덕배기에
널부러져 있던 나무는 모두 꺼내 주차장에 잔뜩
쌓아놓았다. 이제 적당한 크기로 자르면 된다.
본격적인 일은 아직 남아있다. 넓은 모닝가든에
널부러져 있는 나무가 문제다. 세 계절을 지나며
온갖 풀들이 자랐고 지금은 물기가 모두 다 빠져
메마른 상태로 자빠져있는 나무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낫을 들고 대충대충 치워놓기는 했지만
워낙 가지가 많고 기다란 나무들이라서 꺼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서방이 사놓은 자그마한
엔진톱을 유용하게 아주 잘 쓰게 될 것 같아 좋다.
오늘은 나무 토막내는 작업을 할까, 아님 꺼내는
작업을 할까 망설이고 있다. 아내는 제발 좀 더
쉬라고 잔소리를 끓어붓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