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곱디 고운 조카 딸내미의 마음 씀씀이
2022년 11월 20일 일요일
음력 壬寅年 시월 스무이렛날
간만에 늦잠을 잤다.
거의 매일 일어나는 시간, 새벽에 잠시 깼다가
요즘은 딱히 할 일이 없고 식구들이 모두 아파
함께하는 시간이 없어 좀 더 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조금 더 잔다는 것이 그만 두어 시간을
자고 말았다. 오늘은 기온이 많이 올라가 영하
0.5도에 머문다. 그래도 서리는 여느날과 변함
없이 하얗게 내려앉았다. 난롯불부터 지펴놓고
아침마다 아내가 챙겨주는 것을 혼자 꾸역꾸역
챙겨 먹었다. 아내에게 챙겨주려고 했더니 이미
내려와 챙겨 먹었단다. 늦장을 자는 바람에 미처
챙겨주질 못해 내려왔었나 보다. 괜시리 미안한
생각이 든다.
요즘 한낮은 초겨울이라기 보다는 늦가을 같은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 이런저런 일들로 인하여
일손을 놓고 하루하루를 허숭세월로 보내고 있다.
엄마를 보내드리고 나자마자 온식구가 다 아프다.
아내도 아프고, 둘째네도 아프다. 그나마 촌부는
살짝 몸살기운이 감돌다가 어제서야 회복을 했다.
햇살좋은 오전에 뭘 하긴 해야겠구나 싶어 나갔다.
문득 떠오른 생각, 지붕 물받이 청소를 해야겠구나
싶었다. 사다리를 끝까지 펼쳐놓고 긴 빗자루까지
동원했다. 해마다 이맘때 꼭 해야하는 일인데 잊고
있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떨어진 낙엽이 차곡차곡
쌓여있어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려 녹으면 제대로
흐르지 않고 넘치기 때문이다. 올라가 살펴봤더니
물밭이 밑은 낙엽이 썩어서 부엽토가 되어 있었다.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깔끔하게 치워 밑으로 던져
놓았다.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높다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하는 일이라서 늘 겁이 난다.
아주 오래전 젊은 시절에 자일을 타고 암벽등반을
하다가 추락사고가 난 그 이후로 높은데 올라가면
고공공포증에 다리가 후들거리는 트라우마가 생겨
높은 곳에 올라가 하는 위험한 일은 가능한 피한다.
어찌되었거나 물받이 청소는 잘 마무리했다.
어제 저녁무렵 며칠전 영주 집에 잠시 내려가 있는
조카 딸내미가 아내와 둘째네에게 전화를 했단다.
요며칠 이모들과 이모부들이 아파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을 것 같다고 걱정하며 별식을 배달시켜
줄테니 먹겠냐고 했단다. 다들 조카 딸내미의 곱디
고운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고마워 그러마 했단다.
5시반쯤 조카 딸내미가 큰이모부 촌부에게 전화를
했다. "큰이모부! 배달을 시키려고 했는데 우리집은
배달이 좀 어려워 가셔서 찾아와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큰이모부가 움직일 수 있으니까 찾아와서
드세요. 계산은 끝났고 주문번호는 113번이예요.
맛있게 드시고 모두 다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이 참 좋아졌다. 영주에서 봉평에 음식을 주문
하는 편리한 세상이다. 우리는 이 고장에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딸내미가 인터넷 검색을 하여
피자와 치킨을 주문해 놓은 것이었다. 좋은 세상에,
너무 착하고 마음씨 고운 조카 딸내미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어 모두 감동, 감탄, 감격을 했다.
어서빨리 모두 다 컨디션을 회복하여 조카 딸내미
데리고 웃음꽃을 피우며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고마워~ 딸내미!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