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산골스런 진풍경들...


2026년 10월 23일 금요일

음력 丙午年 구월 열사흗날


촌부의 하루, 

소박한 일상이 글이 되고, 그림이 되는 순간!

매일 이른 아침, 

글이 풍경이 되고, 풍경이 글이 되는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24절기 중 열여덟

번째 절기, 상강(霜降)이다. 절기 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이미 산골은 서리가 내리고 있다.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에도 기온은 영하 2도,

두 말할 것도 없이 서리가 내려 지붕을 하얗게

덮었다. 이제 설다목 산골은 가을이 물러가고

그 자리에 겨울이 머무를 채비를 하는 듯하다.

젠장, 아직 할 일이 많은 촌부인데 걱정스럽네.


아침은 춥고 햇살이 퍼지는 아침나절은 그래도

환한 세상이 펼쳐지는 듯하고 햇볕좋은 한낮은

이 정도라면 오감타하겠네 라고 말하지만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 또다시 오싹하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골아낙으로 살아가는 내

아내는 아침의 걷기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대단한 끈기이고 대단한 집념이다. 바로 아내의

건강비결은 날씨에 상관없이 걷고 걷는 것이다.


여러 갖가지 농사를 짓는 촌부,

재배방법이 모두 달라서 실패하는 작물도 있다.

올해는 완두콩과 대파농사를 망쳤다. 실패했다.

나름 농법을 배우고 익혔고 정성을 다해봤지만

하늘이 돕지않았고 땅이 촌부가 마음에 안들어

거부했는 모양이다. 하기사 다 잘되면 좋겠지만

농사가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하고 쉬운 것인가?

촌부의 농사는 파는 농사가 아닌 자급자족 하는

농사라서 실패하는 작물이 있어도 별 상관없다.


어제는 실패 작물인 대파를 수확했다.

대파라고 하기도 창피할 정도이고 수확이라고

하기도 낯뜨겁다. 누가보면 분명 이랬을 것이다.

"대파 꼬라지 하고는, 대파농사 때려치워라!"

그렇다고 그냥 놔둘 수는 없잖은가 싶어 마무리

했다. 자잘한 모습의 대파를 모두 다 뽑았더니 

자연마트 장바구니로 한가득도 안되는 양이었다.

쓰러짐 방지용 지지대와 고추끈도 정리를 했다.

가을 햇볕이 따사로운 밭가에 앉아 대파 손질을

했다. 내가 지은 농사지만 영 마음에 안들었다.

너무 자잘하여 쪽파, 실파에 더 가깝다고 할까?

그래도 화를 참으며 손질, 현관에 갖다놓았더니

학교에서 돌아온 아내가 본인이 하려던 일인데

왜 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수고했다며 웃었다.

실은 엊그제 아내가 "대파도 뽑아야 하는데..."

라고 혼잣말하는 것을 들었기에 해버린 것이다.


어제 있었던 산골의 진풍경 속으로 들어가볼까?

그 한가지 진풍경은 이불 덮은 가을채소이다.

영하 3도에 된서리까지 내렸던 어제 이른 아침,

밭에 나간 촌부는 아연실색하며 우두커니 서서

시름에 잠겼다. 그리고 후회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거라는 예보에도 아무런 조치도 안하고

가을채소를 얼게 했으니 후회를 한들 무슨 소용?

그래서 어제 저녁무렵에는 배추, 무우, 청갓을

비닐과 천막으로 이불을 덮어주었다. 설마 하루

영하의 기온과 서리에 노출이 되었다고 냉해를

입지는 않았겠지?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하지만 연달아 노출이 되면 낭패를 볼 것

같아 나름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또 한가지 진풍경은 '때까치의 맛집인가?'이다.

촌부네 집 양쪽에 팥배나무가 한 그루씩 서있다.

잎은 이미 낙엽 되어 다 떨이지고 팥처럼 빨갛게

생긴 열매가 잔뜩이다. 이 열매가 때까치에게는

맛있는 먹거리인가 보다. 요즘은 시도때도 없이

녀석들이 수십 마리 떼로 몰려와 난리법석이다.

분명 녀석들에게는 우리집 팥배나무가 맛집인

모양이다. 그 광경을 바라보면 가관이라 재밌다.

녀석들이 먹는 것보다 날개짓에 떨어지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이곳의

산골에서나 보게 되는 진풍경이 아닐까 싶다. 


아참, 한가지가 더 있구나!

어제 저녁, 아내가 고구마를 집안에 들여놓자고

했다. 작고하신 어머님께서 '고구마는 사람 사는

기온에 보관을 해야한다.'라고 하셨다면서... 

알기로 고구마는 12~15도쯤에 보관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한다. 마땅한 곳이 없어 1층 거실의

모퉁이에 들여놨다. 큰 박스에 켜켜이 신문지를

깔고 고구마를 담았다. 그 옛날 고향 남해에서는

방안에 대로 만든 발을 세워놓고 고구마를 보관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래서 어머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걸 아내가 잊지않고 있었던 것이지

싶다. 겨우내 그 옛날 어릴적 추억까지 함께 할

것 같은 또하나의 산골스런 진풍경을 만들었다.



https://band.us/band/7070781/post/43059864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