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가을이 가려하고 겨울이 오려하네!
2026년 10월 22일 목요일
음력 丙午年 구월 열이튿날
올가을 처음으로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른 아침 기온 영하 3도, 또다시 지붕에
서리가 내려 하얗다. 분명 된서리 같은데...
장독대 뚜껑 위에 고인 물이 꽁꽁 얼었다.
올가을 들어 첫 영하의 기온에 첫얼음이다.
희한하게 올가을은 서리도 일찍 시작했고
영하의 기온도, 첫얼음도 모두 다 빠르다.
올해의 좋은 시절은 다 같구나 싶다. 춥다!
부랴부랴 난롯불을 지폈다. 따스해서 좋다!
아차, 내 정신 봐라!
아침마다 밭에 나가는 걸 잊고있었네.
후다닥 밭으로 달려나갔더니...
이런이런, 어쩌나?
가을채소 배추, 무우, 청갓이 바짝 얼었다.
첫추위, 첫얼음, 첫 영하의 기온과 된서리에
만지면 부러질 정도로 얼어버린 것이 아닌가?
어제 저녁무렵 천막으로 덮어줬어야 했는데
뭐 이 정도까지 얼어붙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햇살이 퍼지면 괜찮겠지? 오후부터는 기온이
올라간다고 하니까 회복이 되리라 믿어보자!
하늘의 심술에 걱정으로 시작하는 오늘이다.
산골의 가을은 가고 겨울이 시작되려나보다?
바람이 제법 게세게 불긴 했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날이라 좋았다.
아침 출근길에 만난 참 멋지고 찬란한 일출이
그랬고, 식물원의 풍경도 가을을 느끼기에는
아주 좋았다. 그뿐인가? 산골집의 가을 모습
또한 예쁘고 아름답고 멋지고 좋았는데 말이다.
자꾸만 짧아지는 듯한 가을이란 계절이 너무
빨리 가버리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보잘것없는 미천한 이놈 촌부가 어쩌겠는가?
하늘의 뜻이고 자연의 이치인 것을...
산골촌부도 그렇고 산골아낙의 가을은 바쁘다.
짧은 가을은 벌써 가려하고 심술궂은 긴 겨울이
어느새 발을 들이며 기웃거리고 있으니 그렇다.
이것저것 할일이 많다. 어제까지 땅콩 손질을
마치고 좀 쉬려나 했더니 이번에는 고구마순을
잔뜩 꺾어와 껍질을 벗기고 있네. 땅콩 껍질까는
것은 도와주었는데 고구마순 껍질 벗기는 것은
만지지도 못하게 한다. 그동안 해보기는 했는데
제대로 못한다며 핀잔이라 그냥 망설이고 있을
뿐이다. 아내를 돕기는 해야겠는데...
어제 오후, 서울 막둥이 아우네 택배를 보냈다.
그것도 두 박스씩이나... 끝물고추와 맷돌호박,
고구마를 담으려고 했더니 한 박스론 턱도 없어
커다란 박스 두 개에 나눠 담아 보냈다.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우리 막둥이 아우가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힘든 줄도 모르고 오히려
기분이 좋아 가뿐히 들어 택배사에 갖다주었다.
우리 막내는 촌부와 띠동갑, 부모님이 작고하신
이후 우리 부부를 부모님 맏잡이라며 우리에게
참 잘한다. 딸이 없는 우리 또한 아우이긴 해도
딸 처럼 여겨져 비록 별 것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뭐든지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다. 특히 막둥이는
어머님 입맛을 닮아 우리가 채취한 산나물이나
우리가 기른 농작물을 최고라며 정말 좋아한다.
그러니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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