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촌부의 가을은 바쁘지만 기쁨과 보람을...
2026년 10월 21일 수요일
음력 丙午年 구월 열하룻날
지난 사나흘간은 밭일을 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이대로 일하기 좋은 날이
더 이어지면 좋겠지만 하늘이 또 심술을
부릴 것이란다. 하긴 짧은 가을이라 어쩔
수 없음이라 여기고 있으니 적응을 하는
수밖에 무슨 도리가 있겠는가? 수은주가
곤두박질을 하여 영하의 날씨가 시작될
것이란다. 이제 점점 추워지게 될 것이라
그러려니 해야겠지만... 아침 기온 8도...
어제는 아침나절부터 해질녘까지 바빴다.
고뿔로 인해 해야할 일을 못해 이제 조금
상태가 호전되고 회복이 되어 그동안 못한
일을 후다닥 해치우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것이다. 뿐만아니라 내일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된서리가 내릴 것 같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아침나절 아내와 함께
고구마를 캐기로 했다. 사방 뒤엉켜 자란
넝쿨을 잘라 걷어냈다. 엄청 무성하게 잘
자랐다. 땅속 고구마도 잘 들었는지 너무
궁금하다며 아내는 멀칭비닐을 벗기기도
전에 호미를 들이대는 것이었다. 궁금해도
조금 기다리라고 하고 멀칭비닐을 걷었다.
이제 그렇게 궁금했던 고구마를 보게 되는
시간이 왔다. 도라지삽을 최대한 줄기에서
멀찌기 쿡 찍어 흙을 들어올리면 주렁주렁
달린 고구마가 올라온다. 아내는 환호성을
질렀다. 텃밭농사 환상의 복식조인 우리는
호흡이 척척 잘 맞는다. 먼저 도라지삽으로
흙을 들어서 올려놓으며 앞서가는 촌부를
뒤따라 오는 아내가 들어올려놓은 이랑을
호미로 살살 흙을 걷어내며 고구마를 캤다.
고구마가 적당한 크기로 알맞게 잘 자랐다.
너무 크게도 작게도 자란 것이 아닌 알맞은
크기라서 너무 좋다는 아내는 점점 쌓이는
박스를 보라며 싱글벙글 어쩔 줄 몰라했다.
지난 봄에 고구마 모종 만원어치를 샀는데
이렇게 좋은, 많은 수확을 하게 될 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만원의 값어치, 만원의
보람과 즐거움이요, 만원의 행복이겠지?
사실 고구마 농사는 뿌리를 수확하는 것도
좋지만 아내가 워낙 고구마순 나물볶음을
좋아해 순을 수확할 목적으로 심은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물론 둘째네까지 고구마순을
엄청 꺾어 먹었다. 그것만으로도 모종값의
몇 배는 되고도 남을 것이다. 고구마를 캔 후
아내는 걷어놓은 고구마 넝쿨에서 연한 것만
골라 고구마순을 꺾었다. 학교에 나가야해서
시간이 모자란다며 오늘 마저 꺾을 것이란다.
이렇게 올해 고구마 농사는 성공작이고 기쁜
마음으로 수확을 마쳤다.
기왕 시작한 김에 고추밭도 정리를 해버렸다.
얼마 안되는 고추농사이지만 농약없이 아주
튼실하게 잘 길러 지금껏 풋고추는 물론이고
양념으로 풍족하게 잘 먹었다. 내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분명 된서리가 내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추위에 매우 약한 고추는 한방에
가버리게 된다. 고추는 된서리를 맞으면 마치
뜨거운 물에 더쳐놓은듯 흐물흐물 폭삭이다.
고추대를 베어놓고 쉬엄쉬엄 고추를 모조리
땄다. 아무 이상없는 것이지만 흔히들 말하길
끝물고추라고 한다. 끝물고추라고 하면 무슨
하자가 있는 것 처럼 생각되지만 그렇지않다.
밭에 더 두고 싶어도 날씨 때문에 따는 것일
뿐이다. 일반고추, 청양고추, 롱그린, 꽈리고추
이렇게 네 종류의 끝물고추를 땄더니 꽤 많다.
서울 막내가 큰오라비가 기른 고추는 농약을
치지않아 안심 먹거리라며 모두 다 보내달란다.
땀이 식기전에 호박밭도 정리를 하기로 했다.
큰밭가에서 뻗어나가기 시작한 넝쿨은 큰밭가
반쯤 나갔고, 작은밭 사잇길을 따라 출입구에
다다랐고, 또한 수영장 두 면까지 뻗어나갔다.
잘 익은 맷돌호박도 꽤 수확하여 나눔도 했다.
뿐만아니라 일반 애호박, 어린 맷돌호박 또한
실컷 따먹었고 이또한 많은 지인들과 이웃들,
아우들까지 나눔을 상당히 많이 했다. 그랬던
호박 농사도 이제 막을 내렸다. 넝쿨을 걷어서
큰밭에 옮겨 펼쳐놓아 좋은 거름이 될 것이다.
이제 봄에 심은 것은 모두 다 수확이 끝났다.
밭에 남은 것은 가을채소 배추, 무우, 청갓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제는 산골부부의 농사도
거의 끝무렵이다. 가을채소의 작황도 괜찮아
보여 올해 산골부부의 농사는 실패없이 전부
성공작이 될 것 같아 기쁨과 아울러 보람을
느끼게 된다. 비록 전업농사가 아닌 자급자족
하는 작은 농사이지만 느끼는 것은 농부님들
마음과 똑같다. 또한 저녁에 수확한 고구마를
쪄서 야식으로 먹으며 미소짓는 아내를 보는
촌부 마음은 흐뭇함과 뿌듯함을 함께 느꼈다.
포실포실한 고구마 맛이 밤보다 더 맛있고...
농부의 마음이 이런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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