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전화위복이라 해야겠지?
2026년 10월 18일 일요일
음력 丙午年 구월 초여드렛날
모처럼 늦잠을 잤다.
이른 아침 5시,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었다.
어제 고뿔 이후 모처럼 운전을 조금 했더니
피곤했던 모양이다. 그 시각 기온은 10도,
비소식이 있어 그런지 잔뜩 흐린 하늘이었다.
간만에 가을비가 꽤 많이 내릴 것이라는데...
전날 저녁에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몇 해를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길가 단풍구경을 못했는데 내일 다녀옵시다."
"그러세! 단풍이 절정이라 관광객이 많을텐데
아침에 일찍 나갑시다." 라고 했다.
집에서 30여분 거리라서 9시쯤에 출발하면
관광객들 몰려오기전에 월정사 거쳐 상원사에
도착하여 여유롭게 구경하고 오리라고 여겼다.
그랬는데 웬걸? 진부에서 월정사로 들어가는
길목부터 늘어선 차량행렬은 끝이 안보일 정도,
평소 이 산골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우리는 밀리는 길은 딱 질색이다. 여행을 가도
주말이나 휴일을 피해 주중에 주로 다니곤한다.
다른 일행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지금껏 둘이
여행을 할땐 필히 주중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밀린 차량 따라 상원사까지 가는 엄두도 못내고
월정사까지 가는 것도 시간이 한참 걸릴 듯했다.
순간 번뜩인 아이디어, 월정사와 상원사 단풍
대신 같은 오대산 자락인 진고개 단풍을 보는
것이 훨씬 한가롭고 여유롭게 보게 되어 좋을
것 같아 중간에 샛길 진고개 방향으로 빠졌다.
해발 960m의 진고개 정상 휴게소에 이르는
주변 단풍도 좋았고 확트인 정상에서 바라보는
단풍도 너무 좋았다. 등산객들이 조금 보이긴
했으나 한적했고 여유롭게 볼 수 있어 좋았다.
사진 몇 컷을 찍고 주문진을 거쳐 강릉을 돌아
집으로 가기로 정했다. 엄청 꾸불꾸불한 길을
따라 단풍을 감상하면서 드라이브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칭찬을
하는 아내, 간만에 어깨를 으쓱했다고 할까?
한적한 연곡천을 따라 주변 산골 마을 정취를
느끼며 천천히 여유롭게 달리는 기분도 정말
할만한 드라이브였다. 도로변에서 단감을 파는
우리 또래 시골 아주머니 모습이 정겨운 보였다.
잠시 자동차를 세우고 단감 한 무더기를 샀다.
그렇게 달려 주문진 바닷가 수산시장으로 갔다.
이곳은 이따금씩 들리는 곳이고 좌판 상인중에
'주혁이네'란 단골집도 있다. 반갑게 맞아주는
50대 젊은 주인장 아주머니에게 싱싱한 생선을
조금 사서 생선회를 뜨고 갈치, 고등어, 오징어
조금씩을 사가지고 강릉시내로 향했다.
강릉에 나가면 거의 들리는 단골 음식이 있다.
꽤 오래된 노포 생선구이집인데 이 집은 화덕에
생선을 구워내는 집이라 그냥 굽는 생선구이와
맛이 확연히 다르고 맛이 좋다. 주인 아주머니의
밑반찬 솜씨도 좋다. 깔끔하고 맛있게 조리하는
손맛이 뛰어난 것 같다며 아내가 무척 좋아한다.
맛도 좋으면서 가성비도 아주 좋은 음식점이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갈때마다 손님이 한가득이다.
어제도 그랬다. 이 집에서 밥먹고 나오면 기분도
좋다. 우리가 이 집을 알게 된 것은 꽤 되었다.
특별한 생선구이도, 밑반찬도 맛이 좋긴 하지만
분위기와 느낌이 집밥을 먹는 것 같고 주인장의
정이 남다른 것 같아서 더 좋은 곳이다.
식사후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대관령을 넘어와
우리고장 봉평오일장으로 갔다. 이것저것 장을
보고 장구경도 하고 들어왔다. 아침 9시 출발,
오후 2시에 도착을 했다. 아주 여유롭게 짧은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이런 말이 어울리려나?
어제같은 여행을 두고 전화위복(轉禍為福)이라
해야겠지? 세 종류의 생선을 손질하여 냉동실에
넣고 저녁에는 떠온 생선회에 소주 한잔을 했다.
당초의 코스를 벗어나긴 했지만 단풍도 보면서
시골길따라 드라이브도 하고, 바다구경도 하고,
싱싱한 생선과 생선회도 사오고, 맛집도 들리고,
신나게 고속도로도 달려보고, 봉평오일장날에도
다녀오고, 싱싱한 생선회까지 맛을 봤으니 분명
전화위복이 된 짧은 여행은 알찬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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