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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속 좁은 놈, 간 작은 놈


2026년 10월 13일 화요일

음력 丙午年 구월 초사흗날


아침 기온 13도, 가뭄끝에 단비가 내린다.

반갑고, 고맙고, 감사하고, 기분이 참 좋다.

어두컴컴한 이른 아침에 우산을 바쳐들고 

밭으로 나갔다. 가을채소들을 살펴보았다.

빗물을 머금고 싱글벙글 좋아하는 듯했다.

너무 가을 가뭄이 심하여 그동안 물주기를

이따금씩 했지만 어디 빗물 만큼 좋은 것이

있겠는가? 농사에는 뭐니뭐니해도 역시나

비가 으뜸인게야! 싱싱한 가을채소를 보는

촌부 마음도 흡족하고 펄쩍 뛸듯이 기뻤다.

검색해보니 새벽 2시부터 지금껏 내린 비는

11mm 강수량이라고 한다. 가을비, 단비가

내리는 오늘은 너무너무 기분좋게 시작한다.


산골집에도, 식물원에도 계절은 가을가을...

보이는 것이 모두 다 정겹고 산골스러워 좋다.

형형색색, 울긋불긋, 만산홍엽 등등... 그 어떤

수식어로도 모자람인 듯하다. 가을을 좋아해

가을이면 혼자 감동, 감탄, 감격을 하며 어쩔

줄 모르는 촌부이다. 하지만 가을은 너무 짧은

계절이라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계절이기도

하다. 올가을은 우리곁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러주었으면 하는 소박한 기대를 해보는데

그저 바람일 뿐이겠지? 이 비가 그치면 또다시

수은주가 곤두박질을 할 것이라나 뭐라나?


*어쭙잖은 촌부의 어리석은 해프닝 하나를...*


속 좁은 놈, 간 작은 놈


열흘만에 나간 식물원,

다들 긴 연휴 9일간의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고뿔로 목이 잠겨 말을 제대로 못함이라 그냥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 이놈의 자슥들이 마치

나를 겨냥한 듯이 마구 지껄여대며 자랑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한 녀석은 두 며느리가 와

쇠고기를 구워 맛있게 먹었다면서 하는 말이

"아버님! 쇠고기 에이뿔 사왔어요. 약주 한잔

 하세요." 라고 했다며 자랑질을 늘어놓았다.

또 한 녀석은 "에이~ 형님! 쇠고기 투뿔이라야

제맛이죠. 우리 사위는 채끝살, 살치살 투뿔로

잔뜩 사와서 양주 마시며 먹었는데 고기맛이

끝내줍디다!"라고 했다. 둘이서 주거니받거니

아주 지랄날장병들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듣다못해 밖으로 나와 오솔길 산책을 하면서

속을 삭혔다. 이놈들이 며느리도, 사위도 없는

나를 놓고 자랄을 떠는 것이 분명한 것 같았다.

내가 속이 좁은 놈인가?


퇴근 시간 오후 2시,

동료 넷이 주차장에서 서로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 길로 진부읍내로 향했다. L마트 정육코너에

갔더니 생각보다 쇠고기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냥 돌아서서 농협마트 정육코너로 가보았다.

그곳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쇠고기값도 전혀

모르고 먹는 것만 밝혔던 같았다. 다시 돌아나와

건너편 식육전문점으로 가보았다. '소잡는 날'

이라는 글씨가 눈을 사로잡았고 마트보다 값이

쌀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막상 들어가 진열장

포장된 고기를 보는 순간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마트보다 훨씬 더 값이 비쌌다. 직원이 설명을

하려고 했으나 다음에 오겠다고 하고 슬며시

나오고 말았다. "뭔 쇠고기가 이렇게 비싼거야!"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간이 작은 놈인가?


그런데 저녁밥상에 아내가 항정살을 구워 올려

아무말도 못하고 맛있게 먹었다. 쇠고기 보다도

더 맛이 좋았다. 고기를 먹으며 혼자 키득키득 

웃고 말았다. 아내는 영문을 모른체 무슨일인가

싶어 물었다. "와? 고기맛이 없나? 고뿔로 고생

하여 원기회복하라고 당신 좋아하는 항정살을

구웠는데..." 그냥 오늘 일기를 보면 알 것이라고

했다. 속 좁고 간 작은 촌부의 해프닝이라 할까?



https://band.us/band/7070781/post/430598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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