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폭염이 기승을 부릴지라도...
2022년 7월 3일 일요일
음력 壬寅年 유월 초닷샛날
오늘도
여전히 폭염으로 꽤나 무더울 모양이다.
이른 아침 자욱하게 사방을 드리운 안개를 보니...
한낮에는 일을 할 수가 없어 이른 아침 5시 조금
지나 밭으로 나갔다. 아내가 아침식사를 하라고
부르는 소리에 집으로 들어왔다. 그새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침 시간은 일의 능률이 오르긴
하지만 시간이 가는 것도 정비례를 하는 것 같다.
아침형 인간인 것이 참으로 다행이구나 싶다.
그러다보니 일기가 늦어진다. 어쩔 수 없다. 일기
보다는 일이 우선이니까...
며칠동안
오락가락 쏟아진 장맛비를 듬뿍 들이켜서 그런지
고춧잎이 무성해지면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
고추, 이미 오래전에 방아다리 밑의 곁순, 고추를
따주었으나 그새 또 자라 가지가 나오며 고춧잎이
많아졌다. 성장을 위해서 방아다리 밑으로 나오는
가지와 고춧잎을 한번 더 따주는 것이 도움이 되고
좋을 것 같았다. 혹시나 나무가 다칠세라 조심조심
또 조심하며 밭고랑을 누비며 고춧잎을 땄다. 꽤나
많다. 이렇게 딴 고춧잎은 잘 다듬어 데쳐서 보관을
하여 두고두고 고춧잎 나물로 무쳐 먹는다. 영양도
좋고 맛도 좋은 찬거리가 되는 것이다.
장맛비는
고추만 잘 키운 것이 아니라 물을 좋아하는 상추도
아주 잘 키웠다. 다른 채소들처럼 두고두고 먹을 수
없는 것이 상추라서 아쉽다. 그냥 두면 장마철에는
진무르게 되어 못 먹게 된다. 우리야 먹고싶을 때는
아무때나 싱싱한 상태로 뜯어다 먹으면 된다. 양이
많아 자주 나눔을 하는 것이 바로 이 상추다. 어제
아침나절 햇살이 퍼지기전에 뜯어다 나눔을 하려고
박스를 두 개 들고 밭으로 나갔다. 한 박스를 채우고
났는데 이내 햇살이 퍼져 무더웠다. 나머지 박스도
마저 뜯어 채웠더니 온몽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나눔을 하려고 이 고생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나 이내 그 마음을 고쳐먹었다.
잠시잠깐 나의 수고로움으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게 된다는 흐뭇함이 더 큰 것이라서...
아내와 함께 상추 두 박스를 가지고 가서 즐거운,
기쁜, 흐뭇한 나눔을 하고 왔다.
어제는
봉평 오일장날이라 아내와 함께 장보러 다녀왔다.
무척이나 찌는 듯한 폭염, 염천(炎天)의 더위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라서 그런지 장거리는 꽤 붐볐다.
다른 때 같았으면 볼일이 없어도 장구경을 하느라
돌아다니곤 했으나 워낙 더운 날씨라서 그마저도
귀찮아서 필요한 것만 구입하고 곧바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아내가 두둥실 떠다니는 하늘의 구름을
보고는 감탄을 했다. "어느 화가가 저렇게 멋지게
그림을 그릴 수 있겠어? 이 세상 그 어떤 화가보다
하늘이 가장 대단한 그림쟁이 맞는 것 같잖아?"
"맞는 것 같다, 아니 맞다! 아무리 봐도 하늘 보다
더 훌륭한 그림쟁이는 없을거야!"라고 대답했다.
강렬한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지만 하늘에는 온갖
형상의 구름이 떠다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자연이
빚어낸 경이로움 그 자체, 아무도 흉내내지 못하는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었다.
저녁무렵
시냇물 소리가 좋아 잠시 내려가 손을 담가보았다.
너무 시원하고 짜릿하여 좋다. 금새 손가락이 시려
온다. 세수를 해봤다. 온몸에 전율이 일어날 만큼
짜릿한 시원함이라면 사람들이 믿으려나 모르겠다.
산골집에 들리는 이들 중에 혹자는 시냇물 소리가
시끄러웟니 어떻게 사느냐고 한다. 모르는 말이다.
도시의 온갖 소음에 익숙하여 자연의 소리가 어떤
것인가를 몰라서 하는 말이겠지 싶다. 여름날이면
촌부는 데크쪽 통창 활짝 열어놓고 시냇물 소리를
자장가 삼아 오수를 즐기곤 한다. 이런 호사를 어디
가서 즐기겠는가 하면서...
또하나의
산골살이 호사가 있다. 바로 우리 산골부부 둘만의
야외식사다. 앞마당 야외탁자에서 오붓하게 즐기는
저녁식사는 반찬이 없어도 밥맛이 꿀맛이고, 안주
없어도 술맛이 달달하여 너무나 좋다. 해질녁 주변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주고 시냇물 소리, 새소리는
자연이 주는 배경음악이 된다. 둘이 앉아 이런저런
정담을 나누면서 먹는 식사는 그 어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부럽지가 않다. 그렇다고 매일 이렇게
저녁식사를 하지는 않는다. 이따금씩 손님이 오면
바베큐 그릴에 고기를 굽느라 밖에서 식사를 하곤
하지만 귀찮아서 그냥 식탁도 마다하고 주방앞의
아일랜드 식탁에서 먹곤한다. 아내가 그랬다. 조금
귀찮긴 하지만 이제 앞으로 가을날까지는 이렇게
야외식사를 자주 하자고... 두 말 할 것도 없이 이내
촌부는 좋다고 맞장구를 쳤다. 반찬이 있고 없고는
아무런 상관없다. 이제 앞으로 둘만의 만찬, 둘만의
파티를 자주 즐겨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