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비가 그치자 폭염이...
2022년 7월 2일 토요일
음력 壬寅年 유월 초나흗날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고사성어이다. 이 말과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지만
날씨가 심상찮아 문득 이 고사성어가 생각이 났다.
일주일 가까이 장맛비가 오락가락 궂은 날씨였다가
비가 그치자마자 이내 30도를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구름은 많이 떠있지만 사이로
보이는 푸르디푸른 하늘색은 정말 환상적인 자연의
작품, 멋떨어지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은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까맣게 태워버릴 것처럼 너무나 따갑고 너무나
뜨거웠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늘에 앉아서 하늘을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은 너무 좋긴 한데...
이른 아침,
햇살이 퍼지기전이고 비가 그친 다음이라 선선하고
공기는 너무나 상쾌하고 좋았다. 아내가 걷기운동
하는 사이 며칠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대파밭 옆쪽
길에 잔뜩 자라고 있는 잡초를 뽑기로 했다. 그동안
내린 장맛비에 부쩍 자라버린 녀석들을 보는 것이
무척이나 볼상 사나웠다. 지난해는 길에도 부직포를
깔아 잡초뽑기를 하지않았는데 올해는 대파를 심는
바람에 깔지않았더니 녀석들이 제자리인냥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그 꼴을 이놈 촌부가 보고 있을리는
만무한 것, 호미를 들고 잡으러 나섰다. 쪼그리고
앉아 잡초와 씨름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힘들어서
안된다면서 일 방석을 가져다 주었다. 생각해주는
아내가 너무 고맙다. 잡초를 캐고 뽑기를 두어 시간
했더니 아침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아침나절,
아직 햇살이 덜 퍼졌겠지 하면서 다시 호미를 들고
밭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옥수수밭이다. 지난해는
너무 적게 심었지만 올해는 모종을 한판이나 심어
제대로 수확을 한다면 제법 될 것이다. 밭이랑보다
면적을 차지하지 않는 밭가에 일렬로 심어놓았다.
두 군데 밭에 나눠 심었는데 그새 꽤 많이 자랐다.
멀칭을 하지않은 밭가에 심어 여기 또한 잡초들이
옥수수를 둘러싸고 있어 모조리 잡아버렸다. 잠시
일을 했을 뿐인데 그새 햇살이 퍼져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밭고랑이 좁아 기다시피 하며 일을
했더니 더 힘들어 땀이 더 많이 난 것 같다. 아내는
무더운 날씨에 어쩌려고 뙤약볕에서 무모한 짓을
하느냐고 잔소리를 끓어부으며 걱정을 했다.
늦은 오후,
머리가 너무 길어 거추장스러워 이웃마을에 단골로
다니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나왔다. 잠시
일을 보러 우체국에 들렸다. 전혀 예기치 못한,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좋은 일이 있어 얼마나 기뻤는지...
아내에게 전화를 하여 저녁밥은 하지말고 드라이브
삼아 금당계곡길 거쳐 대화에 나가 밥을 먹고오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오케이 땡큐라며 너무 좋아했다.
전날인지 모르겠으나 TV를 보다가 고기 먹는 것을
보면서 혼잣말로 "참 맛있게 먹는다. 맛있어 보이긴
하네."라며 꽤 부러워 하는 것 같았고 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좋은 일 핑계삼아 드라이브도
하고 밥도 먹자고 하며 아내와 함께 이따금씩 가는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고 왔다. 아내가 너무 맛있게
잘 먹는 것을 보는 촌부의 마음 또한 너무 흐뭇했다.
"어떤 것이 행복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나서
"행복, 별 것 아니야! 소소하지만 아내와 함께하는
이런 시간이 행복 아니겠어!"라며 스스로 답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