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6월 중순에 난롯불을...
2022년 6월 17일 금요일
음력 壬寅年 오월 열아흐렛날
어제까지 오락가락 내리던 비는 그쳤다.
오늘 아침은 자욱한 안개가 건너편 먼산이 안보일
정도로 산골을 감싸고 있다. 비가 내린 후에 습기가
많아 생기는 현상이겠지 싶다. 오늘부터는 또다시
날씨가 꽤나 더울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생활에는
비가 꼭 필요하듯이 햇볕 또한 소중하고 필수적인
것이기에 어느 하나가 없으면 안되는 것이다. 다만
우리의 바램대로 필요한 시기에 적절하게 내려주고
비춰주면 좋겠지만 자연현상은 우리의 뜻대로 어찌
할 수가 없는 것이라서 하늘의 뜻에 따라 일희일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여튼 이번 비는 단비였다.
비가 부슬거리던 어제 아침은 꽤 스산했다. 사흘간
오락가락한 비내림으로 인하여 공기가 많이 습하고
차가워져 그랬겠지 싶다. 아내가 집안이 조금 습한
것 같다며 잠시 난롯불을 지폈으면 했다. 난롯불을
지피는 것은 제습효과가 있어 좋다. 비가 내리는 날,
난롯불을 지피면 굽굽함이 사라지고 뽀송뽀송하여
느낌이 좋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안에는 난로에서
장작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면서 활활 타오르는
분위기는 진한 커피를 부른다. 아내가 그 마음 눈치
채고 따끈한 커피를 끓여왔다. 이럴때 흔히들 하는
말, "분위기도 좋고, 커피맛도 쥑이네."이다.
비가 부슬거려 딱히 할 일도 없으니 모처럼 마실을
다녀올까 싶어서 자동차를 몰고 마을로 내려갔다.
심심하여 마을 아우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나 좀
나누려고 했다. 마당에 자동차가 있어 집에 있구나
싶어 들어가 불렀으나 인기척이 없어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하는가 싶어서 가봤으나 없었다. 전화를
했더니 멀리 미탄에 볼일이 있어 갔단다. 내려가기
전에 아내가 미리 전화를 해보고 내려가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아내의 말을 들으면 누워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는다고 했는데 말이다. 그랬으면 이런
헛탕은 치지 않았을 텐데... 쓰잘데기 없는 고집이
낳은 결과라서 아내에게 할 말이 없어 머쓱했다.
집에 올라와 혼자 단지를 서성거리다가 이슬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도라지밭의 무성한 잡초가 눈에
거슬려 맨손으로 뽑기 시작했다. 비가 내려 호미가
없어도 쑥쑥 잘 뽑혔다. 온갖 종류의 잡초들이 마치
제자리인냥 어찌나 많이 자라고 있는지 한참동안
뽑고 또 뽑았다. 초봄에 맨윗쪽 한 고랑에는 더덕
씨앗을 뿌렸고 나머지는 도라지 씨앗을 뿌려놓았다.
더덕은 새싹이 많이 나왔으나 도라지는 드문드문
나왔다. 얼마전에 한번 더 뿌린 씨앗은 아직 새싹이
나올 기미가 안보이는가 싶어 자세히 살펴봤더니
잡초들 사이에 새싹이 나오기는 했지만 뒤섞여서
맥을 못추고 있는 것 같았다. 대충대충 잡초를 다
뽑고 났더니 밭이 훵하게 되어 멀리서 보면 텅빈
밭처럼 보인다. 벌써 두 번째 잡초뽑기를 했는데
언제쯤이나 녀석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나?
밭안쪽에 제법 많이 자란 2년생 도라지는 수난을
겪은 흔적이 보여 화가 치민다. 고라니 녀석들이
새순만 싹둑 잘라먹은 것이다. 수모를 당한지 조금
오래된 도라지는 새로 새순이 돋고 있다. 그렇지만
처음 나오는 새순만 먹어치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뿌리의 성장에는 지장이 있겠지만 새순만
꺾어먹고 줄기와 잎까지 모두 먹어치우지 않아서
다행이기는 하다. 이 밭까지 그물망을 쳐야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