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방아다리 고추, 곁가지와 곁순 정리
2022년 6월 12일 일요일
음력 壬寅年 오월 열나흗날
6월도 중순으로 접어드는데 아침 공기가 꽤 차다.
입김이 나는 아침이라고 하면 다른 고장 사람들은
웃긴다고 하겠지? 그렇지만 사실이다. 오늘 아침
봉평 설다목 산골짜기는 한 자릿수 기온에 입김이
호호 나왔다. 아침운동을 하러 나왔던 아내가 이내
너무 서늘하다며 들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면서
"날씨가 왜 이래? 오라는 비는 안 내리고 차가운
공기만 내려보냈나봐? 쌀쌀한데 긴팔 걷옷 걸치고
일하시구랴! 어~ 추워!"라고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나저나 하늘이 이상한 것인지 기상청 사람들이
예측을 잘못하는 것인지 매일 소나기성 비소식이
있다며 날씨예보를 발표하지만 비는 감감무소식...
애타는 촌부의 마음, 농부님들의 마음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 답답하다.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목마름을 해소하는 단비는
언제쯤 내리려는지?
가뭄에도 나름 최선을 다해 해질녘에 열심히 물을
주어서 그런지 농작물들이 무럭무럭 잘 자라기는
한다. 작고하신 어머님과의 옛 추억을 더듬게 하는
호랑이 무늬 줄콩은 그새 새싹이 쑥쑥 나와 본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는 한 이랑에 두 줄씩 씨앗을
넣어보았다. 이대로 잘 자라준다면 지난해 수확의
두 배는 될 것 같아 아내의 말을 들은 것이 제대로
잘했구나 싶다. 어제 저녁무렵 물주기를 하다보니
방울토마토가 얼마전에 첫 번째 묶어주기를 했는데
그새 키가 쑥쑥 많이 자랐으며, 노란꽃을 피웠는가
하면 몽실몽실 열매도 열려 많이 달려있었다. 한번
더 묶어주어야 할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일부터 먼저 했다. 방울토마토는 여름날에 우리
부부의 건강을 책임지는 고마운 열매채소이니까...
어제 드디어 고추밭을 깔끔하게 모두 정리해놓았다.
방아다리 고추를 따내고 방아다리 밑으로 자라나는
곁가지와 곁순을 모두 다 땄다. 이 작업은 하나하나,
일일이 손이 가야하는 작업이고 혹시나 흠집나거나
부러지면 낭패라서 조심스레 해야한다. 다행스럽게
올해는 한 그루도 다치지 않았고 잘 마무리를 했다.
따낸 방아다리 고추는 어린 고추라서 풋내가 나기는
하지만 풋고추로 먹으면 좋다. 매운 것을 잘 못먹는
아내가 특히 좋아한다. 따낸 고춧잎은 버리지않고
다듬어 나물로 데쳐 먹으면 아주 좋은 반찬이 된다.
하여간 600주 심은 고추를 한 그루 한 그루 정성을
다해 작업을 하고 났더니 양쪽 엄지와 검지 손가락
손톱밑에 검푸른 물이 들어 마치 손을 잘 씻지않는
게으른 사람의 손과 같다. 하긴 농사꾼의 손톱밑에
흙때가 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훈장같은 것인데
괜시리 남이 볼까봐 신경쓰는 것을 보면 이 촌부가
진정한 농사꾼이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구나 싶어
혼자 웃고 말았다.
어제는 고향 남해에서 초등학교 동창회가 있었다.
요즘 집안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참석을 못했는데
엉뚱하게 친구의 초등학교 모임에 잠시 다녀왔다.
어제 아침 고교 동창인 친구 상직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촌부가 사는 봉평으로 내려가고 있으니 이따
인근 마을 진조리에 왔다가라고... 초등학교 친구가
그곳에 펜션을 시작했는데 몇몇 친구들과 다니러
온다고 했다. 주소를 알려주겠다 하여 그러마 하고
기다렸는데 점심때가 지나도 소식이 없어 늦는가
보다 했다. 한참 뒤에 도착을 했다면서 어서오라고
했다. 친구를 보러가는 것은 좋지만 친구의 친구들
모임에 간다는 것이 어째 망설여졌다. 하지만 멀리
사는 친구가 보고싶다고 했고 이웃 마을이라 잠시
다녀왔다.
잘 지어진 집에 넓다란 정원을 잘 꾸며놓아서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사오신 분은 화가 부부라고 했다.
친구는 촌부가 15년 가까이 펜션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 그 친구 부부에게 소개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는 범위, 경험했던 것을 조금 알려드렸다. 이웃에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준 친구가 고맙다. 인연이란
우연한 기회에 이어지는 것인가? 또 우연이 있었다.
함께 온 친구의 친구분 중에 한 분이 우리 고교동창
제용이 매제란 것을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동창인
그 친구들 둘은 그동안 서로 모르고 지냈단다. 하긴
처남 매부까지 알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기도 하지만
이런 우연도 있구나 싶다. 하긴 대한민국 사람들은
옷깃만 스쳐도 사돈에 팔촌이란 하는 말이 있으니
어디 가서라도 함부로 말하면 안된다고 하잖은가?
어제 잠시 만난 그 분들은 친구의 친구들인데 같은
연배라서 그런지 금새 말이 통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밭에 물주기를 해야하는 시간이 되어 인사를 하고
집주인 부부에게는 가까우니까 이따금씩 만나자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본인의 동창회는 못갔지만
친구의 동창모임에 참석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