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가뭄 걱정, 엄마 걱정
2022년 6월 11일 토요일
음력 壬寅年 오월 열사흗날
어제도 소나기 소식이 있긴 했었으나 빗나가더니
오늘도 오후에 비소식이 있다. 제발 오늘은 제대로
들어맞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상하게 어긋나고
빗나가는 날씨예보가 원망스럽기까지 한 요즘이다.
가뭄이 극심하여 물주기를 하는 것도 정말 힘들다.
얼마 안되는 밭뙈기의 촌부가 이럴진데 농부님들
애타는 마음인들 오죽하겠는가 싶다.
이런 가뭄에도 나름 최선을 다해 물주기를 하여서
그런지 고추를 비롯한 농작물들이 잘 견디고 이겨
잘 자라고 있다. 우리 텃밭농사 면적의 80% 이상
차지하고 있는 고추도 제법 자라 방아다리 고추를
따주고 방아다리 밑으로 자라는 가지와 잎을 따줄
시기가 되었다. 한낮에는 햇볕이 따가와 일하기가
쉽잖아 아침, 저녁으로 밭일을 해야해서 어제부터
아침과 저녁에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 큰 밭은
아니지만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하나하나 일일이
다 따주려니 꽤 힘이 든다. 대규모 고추농사를 짓는
분들은 어떻게 다 할까? 이렇게 힘이 드는데... 어제
이른 아침에 시작을 했지만 이제 겨우 1/3쯤 했다.
뭐 그리 급한 것은 아니지만 제때 따주어야 성장에
도움이 되어 서두를 수 밖에 없다. 오늘은 마무리를
해야할 텐데 설마 또 무슨일 있는 것은 아니겠지?
가뭄이 너무 극심하여 해질무렵 시간상으로는 거의
오후 6시부터 밭에 물주기를 시작한다. 크고작은
밭뙈기 네 군데를 골고루 듬뿍 주고나면 두어 시간
걸린다. 자동화시설을 했으면 이 고생은 안할 수도
있겠지만 소규모 텃밭농사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미뤄두었는데 이렇게 가뭄이 극심하니
생각이 다시 연기가 피어오르듯 모락모락 떠오른다.
뭐 이 정도 고생을 안하고 농사를 짓겠는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한번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오전까지 방아다리 고추 정리작업을 하다가 더워서
해질녘 다시 시작해야지 하며 쉬고 있는데 아내가
한 통의 전화를 받더니 곧바로 가겠다고 약속하는
소리에 놀랐다. 엄마가 2년 4개월 계시던 요양원의
원장 수녀님 전화였다. 안타깝고 안스럽지만 이제는
퇴소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보호자의 동의절차
서류에 사인을 해야하고 엄마 소지품을 챙겨와야
해서 곧장 요양원이 있는 원주로 달려갔다. 2년전
엄마를 모셔드리고 나오면서 아내와 함께 그렇게도
많이 울었던 곳인데 이번엔 엄마는 병원에 계신데
우리만 가서 서류에 사인을 하고 엄마가 목에 걸고
계셨던 목걸이와 하나뿐인 손녀가 해드린 금반지,
엄마 침대 머리맡에 붙여놓았던 가족사진을 받아
들고 왔다. 가족사진을 받자마자 아내는 그때부터
울음이 터져 서류에 사인을 할때도 목걸이와 반지
받아들었을 때도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엄마 옷은
잘 세탁하여 다른분들께 드리라라고 했다. 아내가
얼마나 울었으면 지켜보던 요양보호사님이 나와서
아내를 꼬옥 안아주며 위로를 해주셨다. 갑작스레
연락을 받아 가느라 경황이 없어 아무것도 준비를
못하고 가서 죄송했다. 이다음 원주에 나가게 되면
최소한의 성의표시는 하고 오자고 아내가 말했다.
원장 수녀님께서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꼭 들려서 인사를 하려고 한다.
이렇게 좋은 시설에서 좋은 분들 보살핌을 받으며
요양원에서라도 엄마가 오래오래 계셨으면 했으나
안타깝게 엄마는 병원에 계시고 우리들이 이렇게
요양원 퇴소절차를 밟고 왔더니 마음이 더 무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