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카시아 꽃향기를 먹다!
2022년 6월 9일 목요일
음력 壬寅年 오월 열하룻날
여전히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며칠전 내린 비는 고맙기는 했지만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어나자마자 일기예보를 검색해보니
반갑게도 비소식이 있어 기분이 너무 좋다.
요즘 자꾸 빗나가고 어긋나는 일기예보,
설마 오늘은 그렇지 않으리라 믿어본다.
하늘의 뜻을 제아무리 첨단과학이라 한들
모두 다 잘 예측하고 알아서 맞추겠는가?
그래도 비를 애타게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
제발 오늘은 예보가 맞아떨어지기를 바란다.
요즘 봉평 설다목 산골은 꽃향기로 덥혀있다.
바로 아카시아꽃이 만발하는 시기인 것이다.
다른 고장에서는 5월에 피는 꽃이라지만
고원지대 이곳의 아카시아꽃은 6월 꽃이다.
밭가 절개지 윗쪽 커다란 아카시아나무에는
꿀을 따는 벌들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대단하다.
아침나절 아내가 고사리를 꺾으러 가자고 했다.
집에서 가까운 고사리 군락지가 있는 뒷산은
이맘때쯤 아내가 유일하게 올라가는 산행이다.
이상하게도 날파리같은 곤충들이 아내에게 잘
덤벼들어 망사 그물망 모자를 쓰는 아내이다.
촌부가 앞장 서고 아내가 뒤를 따라 오른다.
고사리철에는 이틀에 한번씩 오르내리는데
영주에 다녀오느라 한 며칠 올라가지 못했다.
고사리가 많이 서식하는 것이 아니긴 해도
시나브로 오르내리며 조금씩 꺾어 말려놓으면
한해동안 우리가 먹을 만큼의 양은 충분히 된다.
그래서 욕심을 부려가며 먼산에는 가지않는다.
올라간 김에 키가 작은 아카시아나무에 잔뜩 핀
아카시아꽃을 제법 따왔다. 아내는 욕심부리지
말고 아주 쬐끔만 따면 된다고 당부를 했지만
어느 정도는 되어야겠지 싶어 좀 많이 따왔다.
예리한 가시가 많아 조심스레 따야 하는 꽃이다.
딱 이맘때 먹을 수 있는 향기좋은 아카시아꽃...
아내는 따온 꽃을 깨끗히 씻어 물기를 빼놓는다.
물기가 마르면 튀김옷을 입혀 꽃송이째 튀긴다.
집안은 온통 향긋한 아카시아 꽃향기로 진동한다.
튀긴 꽃송이 하나를 입에 넣고 훑어내듯 줄기를
뽑아내면 꽃튀김과 함께 향긋함이 입안 가득이다.
청정지역에서 산골살이를 하는 촌부같은 사람이
누리는 남다른 호사이면서 특혜라고 해야겠지?
남은 꽃송이는 모두 손으로 훑어 줄기는 버리고
일부는 튀김옷을 입혀 튀겨 식힌 다음 냉동보관을
해놓다. 아내는 이 꽃튀김은 우동을 끊여 고명으로
얹으면 좋다면서 아카시아꽃을 튀기면 꼭 만들어
놓는다. 조카 딸내미가 이 꽃튀김으로 고명을 얹은
우동을 좋아한다며 이다음에 오면 해줘야겠단다.
그래도 훑어놓은 꽃이 남았다면서 설탕을 넣고 잘
버무려 청을 담가놓았다. 향이 필요한 음식에 넣어
만들면 아주 좋은 향신료를 겸한 조미료가 된단다.
어느해인가 아카시아꽃으로 꽃술을 담가보았는데
향이 너무 강해 별로였던 기억이 있어 술은 담그지
않는다. 꽃을 더 따다가 말려서 꽃차를 만들어 볼까
싶은데 이또한 강한 향에 차맛이 어떨지 모르겠다.
아카시아는 워낙 번식력이 강한 나무라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밭주변에 자라는 아카시아는 모두
베어내는 천덕꾸러기 나무이다. 우리도 지난 겨울
엄청 많이 베어냈다. 그러나 우리처럼 꽃을 튀겨서
먹을 수 있고, 다른 나무에 비해 불땀이 아주 좋아
땔감으로 좋으며, 나뭇결이 좋고 재질이 단단하여
목공예 재료로도 아주 좋은 나무라고 한다.
어제는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희안하게도
아카시아꽃으로 먹거리를 만든 날, 고향 남해에서
양봉하는 친구가 주문한 아카시아꽃 꿀을 보내왔다.
도시에 살다가 고향 선배님인 부군과 함께 고향에
내려가 농사도 짓고 양봉도 하면서 재미나게 사는
친구이다. 부군은 마을 이장을, 친구는 부녀회장을
맡아 마을을 위해 봉사와 헌신을 하는 아주 성실한
부부이다. 하는 일이 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