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오랜만에 갖는 가족 모임
2022년 6월 5일 일요일
음력 壬寅年 오월 초이렛날
최근들어 아무일도 하지않고 이틀을 연달아 푹 쉰
기억이 별로 없다. 소풍처럼 훌쩍 산골집을 떠났고
영주에 내려와 참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고 있다.
오늘이 벌써 사흘째, 푹 잘 쉬었으니 저녁에는 다시
산골집으로 가야겠다. 가뭄에 밭작물이 잘 있는지
궁금해진다.
어제 영주에서의 이튿날,
이른 아침부터 막내 장서방은 아랫쪽의 과수원에
방재 작업을 다녀오자마자 집앞 과수원에서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 광경을 보는 건 처음이다.
봉평 산골에서는 자동차에 약통을 싣고 기다랗게
호스을 늘어뜨려 방재 작업을 하는 것만 보았는데
과수원에서는 장난감처럼 생긴 자그마한 자동차로
붕붕거리며 방제 작업을 하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광경이다. 일반 농사도 그렇지만 과수 농사도 이젠
편리하고 좋은 장비가 있어야 한단다. 그래서 요즘
농사는 장비 싸움이라고 하는 것인가 보다.
이른 아침 인천에서 출발한 둘째네가 다섯 시간이
걸렸다며 기진맥진을 하면서 도착했다. 연휴라서
고속도로가 꽤 밀리더란다. 드디어 이번 가족모임
구성원들이 영주에 다 모였다. 안타깝고 안스럽게
병원에 계신 엄마와 주말에도 쉬지못하는 수원의
아들 녀석이 함께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기는 하다.
이번 모임은 둘째 이서방의 회갑과 다가오는 막내
장서방의 생일을 축하하고, 요즘 비상사태로 다들
걱정하며 지내고 있어 서로 위로, 격려를 하기 위한
시간이다. 오랜만에 모두의 만남이라 좋기는 하다.
우리 집안의 분위기 메이커 조카 딸내미가 쉼없이
연신 조잘거리는 것을 보며 이런 것이 딸을 키우는
재미이며 맛이구나 싶다. 세 자매도 연신 웃어가며
음식을 만드느라 주방에 서있는 모습이며, 과수원
산책을 하는 세 자매의 모습 또한 너무 보기좋다.
이런 모습을 자주 보면 좋으련만 말처럼 그렇게
쉽잖다. 축하 케익도 나눠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좋은 시간을
갖는 만남을 자주 가져야 하는 것이 쉽잖아 아쉽다.
서로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어쩔 도리가 없다.
음식 솜씨가 좋은 막내처제가 작은 형부 이서방의
회갑을 축하한다며 맛있는 해물갈비찜을 만들어
온식구가 맛있게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15년 세월 가까이 봉평 산골에서 함께하며 삶터를
일구면서 살았던 그 시절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마음만 갖고
있을뿐 이런 만남을 갖지 못함이었을까? 살아가는
것이 다들 녹록하지가 않은 탓이겠지 싶기도 하다.
바쁘겠지만 앞으로는 서로 시간을 할애하여 자주
만남의 시간을 갖도록 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