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내는 아침이 와 이리 바뿌노?
2022년 5월 29일 일요일
음력 壬寅年 사월 스무아흐렛날
우리 단지엔 불두화(佛頭花) 나무 몇 그루가 있다.
지금 한창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 불두화는
말 그대로 부처님의 두상(頭像)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고장에서는 사월 초파일
무렵에 피고 사찰 주변에서 많이 서식하는 꽃인데
이곳 산골은 이제서야 만개한다. 꽃이 얼마나 많이
탐스럽게 피는지 꽃무게를 못이겨 가지가 휘어져
땅에 닿을 정도이다. 꽃이 수국과 비슷하긴 하지만
자세히 보면 좀 다르다. 부처님과 관련된 꽃이라서
그런지 꽃말도 불교적이다. 부처님의 좋은 가르침,
"우주의 만물은 항상 돌고 돌아 변하여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라고 하셨던 그 말씀을 뜻하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불두화가 만개한 이른 아침,
일요일이라서 남들은 단잠에 빠져있을 시간인데
아침형 인간 산골 부부는 일찌감치 하루를 연다.
아내는 운동복을 갈아입고 아침운동을 하러 나가고
촌부는 작업복 차림으로 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요즘은 한낮의 햇볕이 여름날처럼 뙤약볕이라서
밭일을 하기가 쉽잖아 주로 아침, 저녁으로 한다.
저녁무렵에는 고추를 심은 큰밭, 온갖 채소를 심은
작은밭, 상추와 양배추 등 쌈채소 심은 꼬맹이밭에
물을 주지만 아침에는 물을 좋아하는 블루베리밭,
상추밭, 열무와 얼가리 씨앗 뿌려놓은 자투리밭에
물주기를 하고 있다. 오늘 아침은 다른 일 하느라
미처 밭정리를 못해 모종을 심지못한 메리골드를
심을 목공실앞 꽃밭도 정리했다. 온갖 야생초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어 삽으로 뒤집어 엎어 괭이로
평평하게 고르게 해놓았다. 해그름판(해질무렵을
뜻하는 고향 남해 말)에 모종을 옮겨심어야겠다.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이리저리 다니면서 일을
했더니 걷기운동을 하던 아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식전 아침부터 뭘 그렇게 종종거리고 다니시나?"
"보모 모리나? 내는 아침이 와 이리 바뿌노?"라고
하고 "바빠서 일기 쓸 시간도 없네!"라며 웃었다.
다른 계절은 주로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일기를
쓴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밭일이 시작되면 일부터
해야해서 일기를 쓰는 시간이 점점 더 늦어진다.
아침마다 일기 안쓰고 뭐하냐며 가장 먼저 챙기는
아내가 이따금씩 하는 말이 있다. "참 희안 사람이
당신인 거 아시나? 일기를 쓰면 밥이 나오나, 돈이
나오나? 하루도 거르지를 않고 매일 일기쓰는 걸
보면 그 집념 하나는 대단해! 칭찬해야 하는 걸까?"
촌부의 대답은 이렇다. "오래된 습관인 걸 우짜노?
또 내가 양반집 자손 아인가베? 당신 내가 대마도
정벌하신 이종무 장군님 23대 손인 거 모리나?"
"이종무 장군님하고 일기쓰는 것하고 도대체 무슨
상관인데?" 라고 하는 아내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 "그렇다는 이야기지 뭔 말꼬리를 잡는고?"
라며 티격태격을 하기도 한다. 하여간 오늘 아침도
밭일을 하느라 또 일기가 더 늦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