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내 직업이 뭐지?
2022년 5월 23일 월요일
음력 壬寅年 사월 스무사흗날
스마트폰에 등록하지 않은 번호의 전화가 왔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혹시나해서 받았더니,
대뜸 한다는 말이 "선생님 직업이 뭐세요?" 라고
했다. "전화를 했으면 어딘지부터 밝히고 직업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했더니 선거와 관련
여론조사를 한다나 뭐라나? "정치에 관심없으니
이만 끊읍시다!" 라고 했더니 그때서야 "某정당의
某후보 선거사무실인데" 라고 하여 "일 없소이다!"
라고 하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의 직업이 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않고
노는 것은 아닌데... 농부? 겨우 텃밭농사를 짓는
것으로 직업을 농부라고 말할 순 없는 노릇이지만
하루 중에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는 하는데...
수필가? 글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글로 먹고사는
전업작가가 아니니까 이것 또한 아닌 것 같은데...
하루를 열심히 움직이며 사는데 무직이라고 하는
것은 뭔가 모르게 자존심이 상해서 그렇고... 하긴
이 나이에 직업이 뭐냐는 게 뭐 그리 대수일까마는
선뜻 꼬집어 말을 못하는 것이 나도 모르게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거나 내게 주어진 하루를
보람차게 열심히 사는 성실한 촌부이면 되는 거야!
어제는 봉평장날이라 아내와 함께 지난 장날 사지
못했던 양배추 모종과 파프리카 모종을 사러갔다.
장구경도 하고 모종을 산 다음 마트에서 몇 가지를
사서 나오는데 옆마을 형님 부부를 만났다. 얼마전
장날 만나 우리가 점심으로 짜장면을 대접했는데
이번에는 콩국수를 사시겠다며 먹고가자고 했다.
우리는 밖에서 콩국수를 사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집에서 아내가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오래간만에
먹어서 그런지 맛있게 먹고 들어왔다. 산골에서는
자주 못만나니까 장날 만나 이웃간의 소박한 정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오후에 장에서 사온 양배추, 파프리카 모종을 심고
얼마전 옆집에서 한번 심어보라고 준 아스파라거스
씨앗을 뿌려놓았다. 이제 남은 것은 아직 덜 자란
상추 모종을 심으면 되고 백일홍, 메리골드도 조금
더 모종을 기른 후 집앞과 카페옆에 심을 예정이다.
아직 이른 줄콩과 들깨를 심으면 밭을 채우게 된다.
지난해 심은 12그루의 블루베리 나무는 이제서야
새순이 돋는다. 거름도 주고 물을 좋아한다고 하여
충분히 물도 주고 있다. 아직 어린 나무라서 열매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잘 자라 열매가 달리게 되면
12그루는 우리가 먹을 양은 충분히 수확을 할 수가
있다고 하는데 언제쯤 그런 날이 오려나 모르겠다.
자그마한 도라지밭에는 2년생 도라지가 잘 자라고
올봄에 뿌린 씨앗이 발아해 머잖아 모습을 드러낼
것 같다. 함께 뿌린 더덕도 마찬가지다. 허리 숙여
자세히 들여다보니 새싹들이 보인다. 늘 하는 생각,
손으로 만져지지도 않는 씨앗이 발아를 하여 싹이
트고 잎과 줄기가 생기고 뿌리가 땅속으로 깊숙히
자라는 것을 보면 너무나 신기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얼마전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뽑아주었으니
머잖아 녀석들이 자라나 그 보답을 하겠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