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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밭으로 나간 고추모종 

 

2022년 5월 21일 토요일

음력 壬寅年 사월 스무하룻날

 

그동안 밭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서리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던 고추모종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아

밭으로 나갔다. 해마다 그랬듯이 올해도 촌부네의

텃밭농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고추농사이다. 600주의 고추모종이 자라 고추가

잘 열리고 잘 익으면 붉은 고추를 따서 말리고 빻아

고추가루를 자급자족을 하려는 것이 산골 부부의

텃밭농사 목표인 것이다. 지금부터 오는 가을까지

세 계절을 거치는 긴 과정의 시작이 바로 지금이다.

 

아침나절 큰밭에 나가 끝부분에 호박을 몇 주 심어

놓은 이랑 옆에 줄콩을 심을 공간을 조금 남겨두고

600주 가량의 고추모종 심을 준비를 했다. 간격을

어떻게 띄울 것인가를 미리 대충 계산을 해보았다.

그동안은 대충 눈대중으로 구멍을 뚫었으나 올해는

제대로 해보자 싶어 밭의 길이, 폭, 면적을 계산해

45cm 간격으로 심기로 했다. 밭 양쪽에 줄을 띄어

놓고 구멍을 뚫었더니 열과 오가 반듯하게 맞았다.

이 작업하는 광경을 본 아내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껄껄껄 웃었다. "세상에 그렇게 까지 하는 농사꾼은

아마 영감탱이 당신밖에 없을 거야!"라고 하면서...

눈대중으로 대충 구멍을 뚫다보면 남기도 하였고

모자라기도 했는데 촌부의 방식대로 하다보니 아주

반듯하고 그럴듯한데 무슨 잔소리가 심한지 원...

 

그렇게 고추모종의 갯수에 맞춰 구멍을 뚫은 다음,

햇살이 사그라드는 늦은 오후에 모종심기에 돌입

했다. 우선 모종포트에 물을 흠뻑 주어 적신 다음

촌부가 모종을 하나씩 뽑아 구멍에 놓으면 아내가

모종삽으로 흙을 덮어 심는 작업을 했다. 길게 생긴

밭이라 중간중간을 잘라 다섯 등분을 해놓았기에

한 등분의 밭에 모종을 놓고나면 촌부도 함께 심는

작업을 했다. 심는 작업은 오랜 경험에 의해 아내가

훨씬 섬세하고 빠르다. 마지막 등분에 모종을 놓은

다음 아내가 모종심기를 마무리하는 동안에 촌부는

물주기를 시작했다. 밭 끝부분부터 호스를 끌면서

모종을 심은 구멍이 흠뻑 젖을 만큼 듬뿍 주었다.

호스 끝부분에 제법 기다란 알미늄 막대기를 끼워

물주기를 하면 그냥 호스를 들고 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여 아주 좋다. 물이 나오는 호스는 휘어지기

때문에 멀리까지 줄 수 없지만 이런 방법으로 하면

밭고랑 가운데서 양쪽을 다 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은 호스를 끌고 왔다갔다 하였는데 지난해 

마을 아우가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밭에 물주기가 계속되는 것은 아니고 모종심기를

하고 한 며칠 활착이 될때까지 주면 된다. 때로는

가뭄이 들면 어쩔 수가 없지만 농사 내내 주는 것은

아니다. 스프링쿨러 설치를 할까 궁리도 했었지만

대규모 농사도 아닌데 이따금씩 즐긴다는 생각을

하기로 하고 설치를 미뤄두었다. 포기는 아니고...

 

이제 남은 것은 6월초쯤 줄콩과 들깨를 심고 지난

장날 양배추 모종이 없어 이번 장날에 사다 심을까

싶다. 그런데 그제 조카 딸내미가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란다. 요즘 한창 모종심기를 한다고 했더니만

파프리카를 심었느냐고 묻더란다. 심지않았다고

했더니 아쉬워 하더라나? 지난해 마을 형수님께서

모종을 잔뜩 주셔서 심어 아주 맛있게 잘 먹었지만

워낙 양이 많아 여기저기 나눔을 하고도 나중에는

남아 서리를 맞아 버리고 말았다. 다 소화도 못해

올해는 심지않기로 했는데 조카 딸내미가 지난해

너무나 맛있게 잘 먹었는데 심지않는다니 아쉬워

한다기에 이번 장에 나가 색깔별로 몇 그루 사다가

심을까 싶다. 아직 모종이 덜 자라 못 심은 상추를

마저 심으면 올해의 모종심기는 끝이 난다. 이제

가을까지는 아침은 물론이고 아마 시도때도없이 

밭에 나가 채소들과 노닥거리게 될 것이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절기상 소만(小滿)이구나!

햇볕이 풍부해 만물이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의미,

이 시기는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된다 것을 뜻하는

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이다. 우리도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했으니까 이번 절기, 소만과는 제대로

시기가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다른 절기와 달리...Picsart_22-05-21_03-14-24-127.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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