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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산골의 봄소식
 
2022년 4월 14일 목요일 
음력 壬寅年 삼월 열나흗날
 
종일 영상 4~5도의 기온에 바람까지 제법 거세게
불어 스산함, 쌀쌀함을 너머 꽤 차갑다고 해야할까
아님 제법 춥다고 해야할까 분간을 못하겠는 그런
봄비가 내린 어제 하루였다. 비내리는 날은 공치는
날, 며칠 바깥일을 하느라 고생했다며 쉬어가라고
하늘에서 챙겨준 휴일인 것이다. 산골살이를 하는
촌부에게는 딱히 정해진 휴일이 없으나 굳이 비를
맞으면서까지 할 일이 없는 요즘이라 마음놓고 푹
쉬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전날 오대산 상원사
다녀온 것에 이어 모처럼의 연휴가 된 셈이 되었다.
그런데 휴일은 하루 더 이어져야 할 것 같다. 언제
부터 내렸는지 모르지만 자고 일어나서 보니 오늘
또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제 내린 비는
종일 추적거리긴 했지만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다.
그것으로는 흡족한 양이 아니어서 오늘 또 내리는
것이라 여기며 쉬면 되겠지 싶다. 아침 기온이 영상
3도이고 비가 내려 그런지 꽤 쌀쌀한 느낌이 들어
오늘 아침도 난롯불 지피는 것으로 하루를 열었다.
 
아직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긴 하지만 산골에도
봄이 왔다. 산골의 봄은 여느 고장과는 많이 다르다.
고원지대에 위치하여 꽤나 뒤늦게 오는 봄이지만
일단 왔다고 하면 가속이 붙어 진행속도가 빠르다.
지각을 만회하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비가 내려
양분이 되었는지 연하디 연한 나뭇잎이 올록볼록
돋아나고 있다. 땅에는 자세히 살펴봐야 뭔가 알아
볼 수가 있는 새싹들이 사방에 올라와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계절의 변화는 이렇게 소리소문 없이
시작하는 것을 보면 이러쿵저러쿵 왈가왈부를 하며
말이 많은 우리네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자연의 오묘함이라고 할까, 자연의 경이로움이라고
할까? 하여간 우리는 자연의 이치에서 배울 점이 참
많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어제 아침나절 아내와 함께 우산을 바쳐들고 산책
삼아 단지 곳곳을 살피며 둘러보았다. 불과 며칠새
명이나물이 쑥쑥 자라 이제 잎사귀 수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면서 올해는 잎이 풍성해 장아찌 양도
많을 것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아내는 장아찌
담글 생각부터 하고 있었다. 발걸음을 돌려 엄마네
집앞에 핀 진달래를 보며 잠시 울컥했다. 진달래꽃
피었다고 좋아하실 엄마는 지금 요양원에 계셔서
이 진달래꽃을 보실 수 없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그런데 봄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시냇가에는 아직도
겨우내 켜켜이 얼었던 얼음이 덜 녹은 것이 보인다.
아마 지금껏 얼음이 있다고 하면 믿기지 않는다고
하는 이들도 많을 테지만 이것이 산골의 현실이다.
이렇게 산골의 겨울은 뒷끝이 있으며 질긴 것이다.
반면에 일찌감치 꽃을 피우며 봄이 왔음을 알리는
야생화들이 있다. 여러 종류가 있긴 하지만 그 중에
처녀치마와 현호색이 그렇고 오늘 사진에는 없지만
바람꽃이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들이다. 이
야생초들은 워낙 크기가 작아서 조심하지 않으면
발걸음에 밟힐 정도라서 허리를 숙이고 살펴봐야만
한다. 지금부터 산골부부의 관심사 야생화 관찰이
시작될 것이다.
 
잠시 비가 주춤하는 사이에 밭가 장작집 옆에 새로
임시 장작집을 하나 더 지으려고 삽으로 대충대충
터를 파서 골랐다. 거기서 큼지막한 잔대 한 뿌리를
캤다. 의외의 득템이라 할까?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다. 절개지 정리하며 나온 나무와 낙엽송 벌목
하고 남은 나무가 잔뜩이라 모두 잘라 장작을 만들
생각인데 장작집이 이미 다 채워져 부득이 하나 더
만들어야 하기 때문인데 그 자리에서 꽤 오래 묵은
잔대를 얻었으니 기분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그 사이 아내는 궂은 날 입이 굼굼하다며 고구마로
빠스라는 간식을 만들어 놓아 맛있게 먹었다. 이런
날에는 부침개를 부쳐서 술 한잔을 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어쩌겠는가? 벌써 50일을 넘게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 이런 적은 술을 마시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따금씩 생각이
나긴 하지만 용케도 잘 참고 있다. 술을 많이 마시는
술꾼은 아니고 조금씩 즐기는 걸 좋아하는 술꾼에
해당하는 촌부인데  언제쯤 한잔 하려나?Picsart_22-04-13_18-32-57-36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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