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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또 한 해가 저무는데...

 

2021년 12월 31일 금요일 

음력 辛丑年 동짓달 스무여드렛날 

 

오늘은 2021년 올해의 마지막날이다.

예전에는 그랬다. 한 해가 저무는 이맘때가 되면

딱히 뭔가는 모르는 아쉬움에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며 새해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혼자만의 포부를

나열하곤 했다. 아마도 그때는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어서 그랬겠지 싶다. 허나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각이나 행동이 많이 변해

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젊은 시절에는 앞뒤를 구분하지 않고 마냥 마음에

새긴 목표를 향해서 내달리면 되는 것으로 알았다.

그랬으니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시간의 구분없이

정신없이 넵다 달려가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겠지?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렇다고 꿈이나 희망이나

삶의 목표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향하는 방법,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제는 오늘이라는 시간,

내게 주어진 소중한 하루에 충실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요, 방법이요, 방향이라고 여기게 된다.

 

오늘같은 한 해의 마지막날엔 누구나 다 그렇듯이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며 다가오는 또다른 한 해의

설계를 해보곤 할 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느닷없이 닥친 코로나19로 인한 재앙의 시절이라

힘겹게 살아왔다. 이런 시절에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두가 힘들어 죽겠다는 말로

일관한다. 솔직히 말해 이 촌부도 꽤나 힘들었던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보람도 느끼고 나름 만족하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동안은 너무 큰 꿈을 꾸며 살아왔기에 만족이나

보람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과거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도 그럴 것이란

생각은 '우리의 삶은 경제적인 틀에서 결코 벗어날

수가 없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인 활동에서

배제되어 백수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만족하는 삶을

영위한다느니 보람을 느낀다느니 하는 촌부의 말은

앞뒤가 맞지않는다고 할 것이다. 허나 모든 상황을

미주알고주알 다 까발릴 필요까지는 없으니까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자. 그 대신 지난해 겪은 몇 가지 큰

일들을 더듬어 보자. 

 

*지난 4월 중순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했다고 하여

  2주간의 자가격리 생활을 하며 무척 힘들었다.

*설상가상 5월 중순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8년 동안

  일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백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내와 둘이서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 특히 무농약으로 지은 고추농사가 대풍을

  이루어 자급자족은 물론 고춧가루를 팔기까지도

  했으며 나눔도 할 수 있었다.

*지난 20년간 속을 썩이던 집수리를 하여 올해는

  아주 따뜻하게 지낸다. 창호를 교체, 보강, 보수

  공사를 하였고, 현관옆에 다용도 창고도 지어서

  집안이 아주 따뜻해졌기 때문이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는지

  갑작스레 일을 많이 하여 탈이 나고 말았던 것,

  허리 협착증과 고관절 염증으로 입원을 거쳐서

  치료를 하느라 몸고생,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그 외도 수많은 일들이 있기는 했지만 가장 큰 것은 

이 촌부의 마음가짐이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급한

성격도 많이 부드럽게 느긋해지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눔을 하려는 생각을 늘

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보람도 느끼게 되어 지금

이 싯점이 살맛나는 세상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지난해 그래왔듯이 새해에도 오늘 하루에 충실하는

삶, 바로 이것이 촌부가 살아가는 목표가 될 것이다.

 

올해의 마지막날인 오늘도 날씨는 참으로 매섭다.

한파경보가 내려졌고 영하 15도를 기록한 기온이

그 증거이다. 강추위와 함께 몹쓸 놈의 코로나19

바이러스나 깡그리, 몽땅 쓸어 가버렸으면 좋겠다.

그래도 일기인데 어제 있었던 일은 기록해야겠지?

아침나절 아내의 걷기운동 코스에 쌓인 눈을 치워

길을 터주었다. 아내에 대한 남편의 배려라고 할까?

밭가 절개지 벌목을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문제가

생겼다. 꽤 커다란 아카시아나무를 베기는 했는데

바닥에 쓰러지지 않고 소나무 가지에 걸쳐버렸다.

워낙 기계치라서 엔진톱으로 걸쳐있는 나무를 벨

엄두가 안나 그냥 그대로 방치해두었다. 쓰러지지

않은 나무를 자르다가 엔진톱이 끼어 낭패를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며칠전에 주문한

엔진 브로워(송풍기)가 도착했다. 많은 눈을 몰라도

요즘처럼 땅을 덮은 정도로 내리는 눈은 충분히 

손쉽게 치울 수 있다고 하여 구입한 것이다. 그런데

워낙 기계치 촌부라서 조립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오늘은 연료를 넣고 시험가동을 해봐야겠다.

 

지난 한 해,

하루하루가 우리 모두에게 힘겨운 날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사라지기를 소원했던 코로나19는 사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끝없는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시절에 많은 격려와 위로를 주시고 배려하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다가오는 임인년(壬寅年)

새해에는 코로나19가 사라진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갈망하며, [촌부의 단상]을 많이 아껴주시는

친구들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강원도 평창 봉평 설다목 산골촌부 이용식 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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