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산골살이 만 20년이 되는 날
2021년 10월 31일 일요일
음력 辛丑年 구월 스무엿샛날
세월이 참 빠르다.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전원생활을 한답시고 이곳의
산골로 삶터를 옮긴 것이 오늘로 만 20년이 되었다.
감회가 새롭긴 한데 세월은 흐르고 또 흘러 강산이
두 번씩이나 변했는데 딱히 뭐 하나 제대로 해놓은
것이 없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
너무 훌쩍 지나가버린 세월이다.
그렇다고 시간 까먹기를 한 것은 아닌데, 유유자적
(悠悠自適)하는 일상을 누리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중년의 시간을 너무나 숨가쁘게 달리면서
지나온 20년의 세월을 묻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기까지 왔기에 그런걸까?
그렇지만 반성은 있을지언정 후회를 하지는 않는다.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내가 살아온 세월의 1/3은 이곳 산골살이였기에 더
여러가지 의미를 두게 된다. 이따금씩 내가 나에게
묻곤 한다. 이곳에 오지않고 도시에 그냥 있었다면
중년의 세월은 어떠했을까? 생각컨데 단언을 하긴
그렇지만 경제적으로는 다소의 여유가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심적인 면에서는 지금의 이 여유로움은
없었을 것 같다. 솔직히 요즘은 경제적으론 여유가
없을지라도 마음은 더없이 여유롭기 때문이다.
딱 하나,
지나온 20년 세월에서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흔히들 하는 말, 시쳇말로 '개고생'을 시킨 것이다.
하나뿐인 아들녀석이 대학에 입학하여 잘 다니고
남편은 그런대로 괜찮은 회사를 다니며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 이제 좀 여유가 있겠구나 싶어 나름의
여유로운 중년을 즐기려던 아내의 꿈을 접게 하고
하루아침에 산골 아낙으로 만들어 버린 것 아닌가
싶긴 하다. 한 10년 가까이 반쪽짜리의 전원생활을
하느라 주말부부로 보내기도 했으니 아내의 고생은
오죽했을까? 그래서 늘 미안한 마음으로 살고있는
촌부이다.
세월이 약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아내는 지금 촌부와 마찬가지로 이제 다시는
도시생활은 못할 것 같다고 한다. 아마도 지난 20년
세월이 아내에게 좋은 약이 된 것일까? 바꿔 말하면
산골살이에 푹 젖어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되겠지
싶다. 이런 아내가 너무 고맙고 감사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함이 늘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한다.
각설하고,
어제는 산골집 안팎을 깔끔하게 정리하였다.
지난번 집수리를 하면서 생각을 못하고 남겨두었던
식당 창문과 2층 거실 창문 보완공사를 끝마쳤다.
2층 욕실의 통창까지 마무리를 했으면 좋았을텐데
불투명 유리를 끼우기로 했는데 착각을 하여 투명
유리를 가지고 오는 바람에 이틀 뒤에 다시 오기로
하여 보완공사 마무리를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다.
반원창 두어 개를 제외한 모든 창을 복층 유리로
재시공을 하여 올겨울부터는 난방비도 절약되고
따뜻하게 지낼 것 같다. 진작 했어야 했는데...
그리고,
며칠후 현관 옆에 장작집 겸 다용도 창고를 만들게
되어 부랴부랴 꽃대를 자르고 주변정리를 하였다.
기왕 하는 김에 앞마당 주변과 축대부근 꽃대까지
모두 낫으로 잘랐다. 축대라서 울퉁불퉁 돌이 많아
예초기는 위험하여 낫으로 자르다보니 다소 힘은
들었지만 어차피 내가 해야하는 일이라서 쉬엄쉬엄
해치웠더니 보기에도 깔끔하여 좋고 마음까지 너무
개운하고 시원해서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