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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오늘은 쉬어갑시다!"라고 했는데...

 

2021년 10월 26일 화요일 

음력 辛丑年 구월 스무하룻날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독감 예방접종을 했으니 오늘은 쉬어갑시다!"

요즘 매일 연속되는 일 때문에 힘들었던 모양이다.

한동안 고추농사 갈무리 하느라 고생한 것에 이어

땔감나무 정리를 하는 겨울채비가 힘에 좀 부쳤던

것 같다. 하긴 힘이 들기도 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 많은 고추를 따자마자 일일이 닦느라 고생하고

건조기에 말린 걸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하느라

힘들기도 했을텐데 뒤를 이어 톤백에서 꽤 무게가

나가는 토막나무 정리를 하느라 손목이 시큰거릴

정도였으니 예방접종을 핑계삼아 하루쯤 쉬어가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런데 집안에만 있으려니 좀이 쑤셨다.

아내에게 운동삼아 산책을 다녀오겠노라고 하고

배낭을 짊어지고 뒷산으로 향했다. 요통으로 인해

한동안 산행을 하지 못해서 답답하긴 했다. 별다른

일이 없는 한 거의 매일 뒷산을 오르내리곤 했었다.

모처럼의 산행이고 요통 치료와 약을 먹고 있어서

평소처럼 빨리 걷지않고 천천히 오솔길을 걸었다.

잠시 집 뒤쪽 야트막한 곳에만 다녀올 생각이었다.

올라가다가 윗쪽 밭이 텅 빈 것 같아 다가가 봤더니

밭주인이 더덕 수확을 한 흔적이었다. 어느새 벌써

3년이 지났구나 싶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가을걷이가 끝난 밭에 들어갔다.

흔히들 말하는 '이삭줍기'를 좀 해볼 생각이었다.

산에 갈때는 배낭에 갑작스레  필요한 기본 장비를

챙겨가지고 다니기에 손괭이를 꺼내 흙더미를 파

봤더니 꽤 큰 멀쩡한 더덕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요즘엔 밭에서 재배하는 밭더덕은 트랙터로 캐기

때문에 뭉쳐진 흙더미에 다시 묻히기도 하고 또한

캔 더덕을 줍는 일은 거의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를

불러 하다보니 밖에 나와있는 것만 줍는 것 아닌가

싶었다. 3,000평 규모의 밭인데 뭉쳐진 흙더미를

장화를 신은 발로 헤집어도 크고 작은 더덕이 제법

나왔다. 미심쩍은 곳은 괭이로 파보았더니 더덕이

그대로 박혀있는 상태였고 또 어떤 곳엔 잔뿌리가

밖으로 나와있어 파보면 거꾸로 박혀있었다. 아마

트랙터가 지나가면서 다시 묻힌 것인데 인부들이

그냥 지나친 것 같았다.

 

더덕 이삭줍기에 신나서 한참 캐고, 꺼내고, 줍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이 팔려있는데 그때

아내가 전화를 했다. "도대체 어디 가 있는 거야?"

전후 사정을 말하고 배낭을 챙겨 내려오다가 기왕

산에 올랐으니 가는 길은 잣나무숲으로 가보자고

생각을 했다. 잣나무숲에 들어서자마자 잣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 했던가?

자동적으로 잣송이를 줍기 시작해 제법 많이 주워

집으로 돌아왔다. 이삭줍기를 한 더덕과 잣송이를

보고는 "무슨 더덕을 그렇게 많이 캐가지고 왔소?

이삭줍기 할 것이 많던 갑네? 좀 쉬자니까 그새를

못참고 산에 오르는 영감탱이를 누가 말리겠노?"

라고 말하더니, "저녁에 더덕넣고 불고기 해묵자!"

라고 하여 둘이 웃었다. 비록 재배한 밭더덕이지만

이 정도면 올겨울 찬거리로는 훌륭한 것이 아닌가

싶다. 구워먹고, 생으로 고추장에 찍어먹고, 무쳐도

먹고, 샐러드로도 먹고...PicsArt_10-25-08.05.2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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