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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장작집 채우기 이틀째 

 

2021년 10월 25일 월요일 

음력 辛丑年 구월 스무날

 

오늘도 여전히 제법 쌀쌀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다른 고장은 단풍이 장관인 모양인데 우리 고장은

느닷없는 한파로 인하여 곱게 물이 들던 나뭇잎이

냉해를 입어 거의 대부분의 나뭇잎이 거무틱틱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그 바람에 올해는 아름다운

가을의 모습을 제대로 감상하지도 못하고 보낸다.

단풍 감상을 못하는 것보다도 살아가는 일상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평범한 서민인지라 단풍구경을

못했다고 투정 부릴 겨를이 없다. 아침, 저녁으로

가을 채소가 냉해를 입을까봐 천막을 덮었다가 또

걷었다를 반복해야만 하고, 사다놓은 땔감나무를

장작집에 쌓아야 하는 일이 더 우선순위이니까...

 

이틀째 장작집 채우기에 여념이 없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지난해 처음 인근 제재소에서 사온

자투리 토막나무는 그런대로 난로용으로 사용하는

딸감나무로는 꽤 상태가 좋았는데 올해는 그다지

좋은 상태가 아니라서 실망이다. 사실 지난해에는

여러개의 톤백 중에 우리가 골라서 구입을 했는데

올해는 믿고 확인을 하지 않았다. 톤백에 담아놓은

상태로 비를 맞혔는지 축축하게 젖어 곰팡이까지

슬어있는 것도 있고, 제재소 직원이 거의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여서 그런지 톤백 안에 온갖 쓰레기

까지 들어있는 것도 있고, 나무토막이 반도 못 찬

것도 나와 항의 전화를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음에 만나서 이야기 하자는 대답이라 며칠후에

들려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사진을 찍어놓긴

했지만 다른 물건과 달리 바꿀 수도 없으니 원...

하긴 목재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토막나무인지라

상품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관리를 제대로 했을

리도 만무하다는 것을 알지만 기왕 팔기로 했으면

비라도 맞히지는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는다. 톤백 안에 들어있는 토막나무는

크기나 무게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쓰레기까지 담긴 것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옛말에 '싼 것이 비지떡이다'란 그 말을 실감하게

된다. 제대로 된 참나무 장작은 꽤나 비싼 편이라

두어 해 임업소에서 죽데기를 사다 썼는데 운반을

하는 것이 불편함은 물론이고 장작 크기로 자르고

어떤 것은 도끼질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그런 수고로움을 덜하는 자투리 토막나무를 사다

때는 것을 지난해부터 시작하여 두 번째인데 이런

아쉬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이 자투리 토막나무는

상태가 중구난방이라 곧장 장작집에 쌓아야 한다.

그래서 이틀째 톤백을 풀어놓고 토막나무를 꺼내

장작집에 쌓고 있다. 그래야만 바람과 공기에 잘

마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생각에 쌓는 나무사이의

틈을 조금씩 두고 쌓는다. 틈새가 있어야 바람이

불면 공기가 들어가 잘 마를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한다. 촌부가 톤백에서 토막나무를 꺼내서

나르고 쌓는 사이 아내는 아주 자잘한 토막나무를

따로 골라내느라 손길이 분주했다. 

 

나무 상태가 별로라서 기분이 좀 상하기는 했지만

장작집이 채워지는 것을 보는 우리 부부의 마음은

흐뭇했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하고 있지만 그새

톤백이 많이 비었다. 오늘은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날이라서 보건소에 다녀와야 하기에 장작집 채우는

일은 못할 것 같다. 단지에서 전지한 나무를 잘 말려

만들어 놓은 장작이 있어 한동안 걱정은 없으니까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또 비소식이 있어 좀 그렇다.

허리만 아프지 않았으면 이틀이면 해치울 수 있는

일인데 말이다. 일을 마치고 나서 가만히 쌓아놓은

나무를 봤더니 아주 재밌다. 내가 쌓았지만 아주 잘

쌓았고 퍼즐은 맞춰놓은 것 같아서 "장작집에 나무

쌓아놓은 것이 아주 멋진 예술인데..."라고 했더니,

아내가 "맞소! 예술작품이구랴! 아주 멋지게 퍼즐을

잘 맞춰놓은 것 같네. 허리도 아픈데 수고많았수!"

라고 하며 씨익 웃고 있었다. PicsArt_10-24-11.33.2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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