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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우와~ 땔감나무가 엄청나네!

 

2021년 10월 23일 토요일 

음력 辛丑年 구월 열여드렛날, 상강(霜降)

 

절기상으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뜻을 가졌고

24절기 중에 열여덟 번째이며, 마지막 가을 절기인

상강(霜降)이 바로 오늘이다. 이곳 산골은 지난주

이미 한파가 닥쳐서 연일 영하의 날씨에 아침마다

된서리가 내려 지붕을 하얗게 덮어 마치 눈이 내린

듯하다. 가을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겨울이라고 하는

것이 더 가까운 것과 같은 애매한 날씨의 연속이다.

갑작스런 한파로 산골은 겨울채비를 하느라 모두들

바쁘다. 가을을 채 느끼지도 못하고 겨울을 맞이한

느낌이랄까? 아마도 하늘은 우리가 가을을 느끼는

것을 사치라고 여기며 시샘하여 찬공기를 내려보낸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 촌부네는 겨울채비로 분주하긴 하지만 여느해

이맘때와 달리 여유롭다. 이미 가을걷이는 끝났고

배추, 무우, 청갓같은 김장용 채소가 남아있는 밭만

조금 남기고 밭설거지를 모두 다 마쳤기 때문이다.

다음주 초에 김장을 마치면 겨울채비는 끝이 난다.

어제는 영주에서 막내처제네가 조카 딸내미와 함께

와서 김장을 하고 갔다. 조카 딸내미가 장작집 앞의

작은밭에 가득 놓인 땔감용 나무를 담아놓은 톤백을

보자마자 놀라면서 "우와~ 땔감나무가 엄청나네! 

큰이모네 엄청 부자네요?"라고 하여 모두들 웃었다.

 

지난해부터 난로용 땔감나무를 인근의 제재소에서

자투리 토막나무를 구입하여 난로불을 때고 있다.

일반적인 장작용 나무와는 달리 값이 훨씬 싼 것은

물론이고 자르고 쪼개야 하는 수고까지 덜어준다.

제재소에 들렸다가 아내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고

그 결과가 이렇게 편하게 땔감나무를 쓰게 되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많은 양을 구입했다. 톤백으로

10개를 주문했더니 엄청난 양이다. 사실 제재소의

이 자투리 토막나무는 구입한다고 해도 배달까지는

해주지를 않는데 올해는 아내가 제재소 대표님께

부탁하였더니 우리가 장비를 구하여 하차를 해주는

조건으로 배달까지 해주기로 했다. 우리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구입을 하기로 했다.

바로 마을 아우의 트랙터로 내리면 되기 때문이다.

부탁을 했더니 흔쾌히 해주겠다고 했다.

 

어제 점심무렵에 제재소에서 전화를 했다. 주문한

자투리 토막나무를 5톤 트럭에 싣고 출발한다고...

집으로 올라오는 길이 경사가 꽤 심한 오르막이라

걱정이 되어 중간쯤에 나가 서있었더니 천천히 잘

올라오고 있었고 마을 아우도 트랙터를 몰고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아마 최근에 대형차가 산골집에

들어온 것은 드문 일이다. 10개의 톤백을 트랙터

바가지에 걸어서 하나하나 주차장에 내려놓았다.

나무를 싣고 온 트럭을 보낸 다음 마을 아우는 다시

톤백 10개를 집에서 가까운 작은밭가 장작집 앞에

실어다 주었다. 우리가 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게끔

배려를 해준 것이다. 아우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이

많은 나무를 자동차로 나르거나 손수레로 수차례를

날라야 하는 고생을 했을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고마운 마음에 밥을 함께

먹자고 해도 괜찮다며 사양하여 이따금씩 특별한

것이 있으면 나누곤 하는 것 뿐이다. 어제도 그냥

가려는 것을 붙잡아 차와 빵을 함께 먹었고 아내가

와인 한 병과 막내네가 가지고 온 사과를 조금 담아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손에 들려서 보냈다. 고마운

마을 아우 덕분에 올해도 겨울채비 중에 가장 큰 일,

땔감나무도 수월하게 준비를 했다. 이제 시나브로

장작집에 쌓는 일만 하면 된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어영부영 겨울채비가 끝나고 있다. 집수리도 하고,

땔감나무도 준비되었고, 다음주에 김장을 마치고

나면 추위가 와도 올겨울은 아주 따뜻하게 지낼 것

같아 흐뭇하다. 눈만 조금 적게 내린다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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