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무나 경험 못하는 일
2021년 10월 20일 수요일
음력 辛丑年 구월 보름날
이제 산골은 서서히 추운 계절로 접어들고 있다.
가을이란 계절은 채 제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한채
등떠밀리듯 짖궂은 겨울의 심술에 줄행랑 치려고
하는 것 같다. 단풍으로 물들어야 하는 나뭇잎은
갑작스런 한파로 찬서리가 내려 한순간에 시들어
마치 뜨거운 물에 데쳐놓은 듯한 모습으로 변했다.
울긋불긋, 형형색색, 만산만홍을 기대했는데 그건
우리들의 바램일 뿐이다. 정상적인 자연의 이치와
현실과는 큰 괴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이 촌부만의 생각이고 느낌은 아닐 테지?
그래서 자연의 변화는 그 누구도 예측을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 싶다.
어찌되었거나 변화하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아야
하는 산골살이는 비가 와도 눈이 내려도 어쩔 수가
없고, 따뜻하거나 덥거나 추워도 그러려니 해야지
무슨 방도가 있고 용 빼는 재주가 있겠는가 말이다.
나름의 생각, 나름의 방법을 동원해 자연의 변화에
최선을 다해 적응하는 것이 바로 최선이겠지 싶다.
겨울이 긴 지역의 특성상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여러가지 채비를 해야하는 일들 중에 그 한 가지를
하기로 했다. 난로 연통을 청소하는 일이 바로 그것
이다. 이 일은 해마다 이맘때와 겨울철에 두어 번을
하게 된다. 아무나 경험을 못하는 일이라고나 할까?
요즘도 있는지 모르지만 예전에는 굴뚝청소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허나 이 산골에 난로 연통청소를
남에게 맡길 수도 없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니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다. 몇 해 전에
처음 이 일을 할 때는 온몸이 숯검뎅이가 되곤 했다.
이제는 좋은 방법을 찾아 이력이 붙고 요령이 생겨
목장갑을 낀 손에 조금 그을음이 묻을 뿐 아무렇지
않게 연통청소를 한다.
촌부가 난로 연통청소를 하는 방법은 이렇다.
난로가 있는 거실에 사다리를 하나 놓고, 또 연통이
나와있는 바깥에도 사다리를 하나 놓는다. 양쪽으로
오가며 넓은 비닐봉지를 안밖의 연통에 매달아놓고
연통 이음새 부분 뚜껑의 나사를 풀고 해체를 한다.
그 다음 미리 만들어 놓은 도구(긴 막대기 끝부분에
못쓰는 타월을 면봉처럼 둥글게 칭칭 감고 끈으로
고정시킨 것)로 안쪽에서 바깥쪽을 향하여 그을음을
밀어내면 된다. 또 바깥의 지붕쪽에 노출된 연통은
아래서 위로 향해 타월 막대기로 몇 번 쑤시면 된다.
이때 나오는 그을음은 양쪽에 묶어둔 비닐봉지로
들어가기 때문에 주변을 더럽히게 되지는 않는다.
촌부가 이 일을 하는 사이 아내는 양쪽 연통 뚜껑을
닦는다. 마무리는 그을음이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떠어내고 뚜껑을 조립하면 끝이다. 지금이야 숙달이
되어 그렇지 처음에는 집안은 물론 앞마당은 온통
그을음이 떨어져 엉망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촌부의 얼굴과 온몸은 석탄을 캐는 광부와 같았다.
그렇게 두어 해 하다가 생각을 해낸 것이 지금의 이
방법이다. 이런 것도 생활의 지혜라고 해도 될까?
산골살이를 하면서 별의별 경험을 다 하고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