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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이틀째 비우기를...

 

2021년 10월 15일 금요일 

음력 辛丑年 구월 초열흘날 

 

땅바닥이 촉촉한 것을 보니 새벽녘에 또 잠시 비를

뿌린 모양이다. 지난 봄부터 여름을 거쳐 오면서도

그랬었는데 가을에도 비가 내리는 날이 잦아졌다.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닌 것이 틀림없다. 농작물들은

비가 적당히 내리면 좋지만 너무 자주 추적거리면

줄기도 뿌리도 습기가 많아 진무르고 썩게 된다며

마을분들이 걱정하는 말을 들은 기억이 떠오른다.

이래저래 농사가 참 어렵다.

 

다음주부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찬서리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에 산골 부부는 서둘러서 가을걷이를

하고 뒷마무리까지 하느라 바쁘다. 이미 고추는 다

정리를 하여 붉은고추는 마지막 말리기를 하느라 

일부는 건조기에 들어있고 나머지는 햇볕이 좋으면

밖에서 말리다가 건조기에 넣곤 한다. 이제 한두번

건조기에 넣으면 될 것 같고, 싱싱한 끝물고추는 다

따서 여기저기 모두 보냈더니 다들 좋은 고추를 잘

받았다고들 고마워했다. 이렇게 올해 산골 부부의

텃밭농사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고추농사를

마무리했다. 뿌듯하고 흐뭇하고 기쁘고 보람차게...

 

이제 김장용 가을 채소를 제외하고 모든 가을걷이는

끝났다. 그래서 이젠 비우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전날 고추를 심었던 작은밭 비우기를 한 것에 이어

어제는 큰밭 비우기를 시작했다. 이틀째 비우기를

하고 있는 산골 부부는 일을 하면서 하늘이 고맙고

땅이 감사하다는 말을 수없이 되뇌였다. 제아무리

농사에 뛰어나다고 해도 하늘과 땅의 도움 없이는

안되는 것이 농사이니까 말이다. 이러하니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안가질 수가 있겠는가?

 

촌부 생각에 모종을 심고 가꾸고 이런저런 농자재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준 땅, 밭에 대한 마지막 감사와 더불어 최소한

기본적인 예의는 밭설거지를 깔끔하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뒷마무리는 농사를 짓는 것보다 힘이

더 드는 것 같다. 농사짓는 것은 순서에 입각하여

단계적으로 시간을 두고 서서히 하지만 밭설거지는

한순간에 마무리하는 것이라 그런 것이겠지 싶다.

그래도 우리가 목표한 것을 달성했다는 기쁨으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하늘의 햇볕과 함께

땅의 땅심에 무한한 감사함이라서 힘이 들긴 해도

힘든 줄도 모르고 밭설거지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

다 마무리를 못했지만 비워지는 밭을 바라보면서

흐뭇한 미소와 함께 다소 쓸쓸함이 교차한다. 허나

이제 밭도 쉬어야 하는 때가 되었으니 푹 쉴 수가

있도록 비워주어야 한다. 긴 겨울을 거쳐 오는 봄날

까지 동면에 들 수 있도록 깔끔하게 잘 비워주려고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PicsArt_10-15-08.02.0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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