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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부모 마음이겠지?

 

2021년 10월 5일 화요일 

음력 辛丑年 팔월 스무아흐렛날

 

"좋은 것만 택배 상자에 고루 나눠서 담아놓고보니

  찌끄레기만 남은 것 같네. 좋은 건 애들 주고 농사

  지은 우리는 나머지만 먹는 느낌이잖아?"

"무슨 그런 생각을 하노? 그게 그거지 뭐!"

"하긴 당신이나 나나 맏이라서 이젠 부모 맏잡이가

  되었으니 애들 생각하는 것은 부모 마음이겠지?"

"하모! 인자 우리가 부모님 대신 아인가베!"

"당신이나 나나 이날 평생 이러고만 사는 것 같네!"

"허허~ 이 사람아! 와이라노? 다 그런기제!"

 

아내와 둘이 아우들에게 보낼 채소를 택배상자에

담아놓고 나눈 대화이다. 오늘부터 가을비가 내릴

것이라고 하여 거의 끝무렵에 가까운 파프리카와

청양고추를 땄다. 그뿐만이 아니라 열무도 밭에 더

이상 놔두면 뻣세져서 안될 것 같았다. 아내가 뽑아

아우들에게 보내자고 했다. 그렇잖아도 며칠전부터

아내에게 그렇게 하면 어떻겠냐고 했는데 둘째네가

오게 될지 모르니까 조금 기다려보자고 했다. 결국

둘째네는 바빠서 오는 주말쯤 오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택배로 보내려고

하는 것이다.

 

올해 처음 파프리카를 조금 심었다. 지난 봄에 마을

형수님께서 세 가지 색깔이라며 모종을 주셨는데

열매가 열리고 익은 것을 봤더니 거의 노란색이고

주황색이 몇 그루였다. 그동안 꽤나 많이 따먹었다.

파프리카가 이렇게 달고 시원하고 상큼하게 맛있는

열매 채소인지를 이제서야 알았다. 이제 끝무렵이

되어 한꺼번에 익는다. 우리가 다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아우들에게 조금씩 보내려고 익은 것은 다

딴 것이다. 기왕 택배를 보내는 김에 양념을 하라며

청양고추도 조금 땄다. 

 

사실 오늘 택배의 주인공은 열무이다. 지난 9월초

방울토마토 마른 줄기를 걷어내고 밭을 놀리기가

아까워 그 자리에 열무 씨앗을 뿌려놓고 무비료,

무농약으로 길렀는데도 아주 잘 자랐다. 이따금씩

메뚜기가 보이긴 했지만 너무 예쁘게 자라주었다.

그전에 상추를 뽑아내고 심은 열무도 아주 잘 자라

둘째네와 함께 열무김치를 담가 맛있게 잘 먹었다.

그 맛을 알았는지 많이 보내달라고 했단다. 하지만

차별없이 고루고루 나눠서 담았다. 모두 다 소중한

아우들이니까! 값으로 치면 별 것 아니지만 우리가

손수 농사를 지은 것을 이렇게 아우들과 나눔을 할

수가 있음이라서 마음이 뿌듯하고 흐뭇한 느낌이라

기분이 너무 좋다. 우리는 부모가 아닌 형제이지만

부모 마음이 이런 것이겠지 싶다.PicsArt_10-05-12.54.4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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